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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플레임 Oct 22. 2024

제발 그만 좀 하자!

"이번 주에 팔러 가자."

"또???!!!"


"왜 이렇게 자주가?"

"이게 뭐가 자주야. 한참 안 갔구먼."


엄마가 퇴직을 한 후 애들을 보기 위해 서울로 이사를 오셨고, 안 그래도 친구가 없던 엄마는 생판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살게 되었다.

하나 있는 딸이 좀 살가운 성격이었다면 좋았겠지만 마음에 있는 이야기도 잘 못하는 무뚝뚝한 딸은 있으나 마나 한 존재였다. 거기다 어린아이들은 보고 있으면 예쁘지만 나이 든 몸으로 하루 종일 아이들을 돌보는 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든 일이었다. 아마 그때쯤이었나 보다. 엄마가 저녁만 되면 밖으로 나갔던 것이.


처음에는 그냥 동네 한 바퀴였다.

그러면서 눈에 띄는 것들을 하나씩 두 개씩 가지고 오기 시작했다.

보통은 이사를 가고 오는 집들에서 정리하는 것들을 가져오다가 이웃들을 한 명, 두 명 알게 되니 그 집들에서 나오는 것들을 가지고 왔다.

그렇게 점점 가지고 오는 것들의 양과 종류가 늘어나고, 그럴수록 고물상에 방문하는 횟수도 늘어났다.


낮에는 회사에 가고 저녁에는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나로서는 고물상에 가는 일 자체가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쓸데없는 일'이라고 여겨졌다. 그러니 고물상에 가자고 하는 말만 들으면 나도 모르게 얼굴이 찌푸려졌다. 엄마는 그런 나를 보고 늘 이렇게 이야기했다.


"애들 봐야 해서 필요할 때는 써먹고, 내가 고물상 한 번 가자고 하면 그거 잠깐은 그렇게 가기 싫냐! 나는 하루 종일 애들을 보는데 그거 잠깐을 못해줘?!"


뭐라고 대꾸할 말이 없다.

막상 걸리는 시간은 잠깐인데, 저렇게 가고 싶다는데, 따라가야 하지 않나.


그렇게 시작한 일이 이렇게 벌써 5년 정도 된 듯하다. 6년이 된 것도 같고.

그동안 늘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이 목까지 차오르지만 정작 내가 하는 말은...


"이번엔 돈이 좀 되겠네. 얼른 가요!!"


그래, 이걸 하면 앞으로 얼마나 더 할까.

가자고 하면 따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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