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분 사랑고백 - 브런치 얘들아 1기
지금까지 친구가 많다고 생각했다.
한 반에 거의 50명 정도가 있던 시절에 학교를 다녔는데 거기서 1번부터 50번까지 다 친했던 아이가 나였다.
물론 좀 더 친하고 덜 친하고의 차이는 있었다. 같이 밥을 먹거나 소풍에서 옆자리에 앉거나 하는.
그렇지만 대부분의 아이와 친했다. 그때는 원래 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대학교에 와서는 좀 달랐다.
특별히 한 반으로 묶이는 게 없어서 그런지 신입생 환영회 때 같이 있던 친구들과 4년 내내 붙어 다녔다.
학번이 이름순이어서 친구들이 대부분 성이 같은 이 씨, 같은 이응으로 시작하는 윤 씨.
과 친구 외에 PC통신 동호회 친구들이 있었는데 밤새 채팅방에서 웃고 떠들었다. 지금은 이름도 생소한 하이텔 채팅방에서 매일 밤마다 수다를 떨고 결국 새벽 해 뜨는 걸 보고 잠들고선 잠깐 자고 일어나 낮에는 밖에서 만났다. 그리고 밤에 집에 가면 또 채팅방.
매일 노는 대학생이 바로 나였다. 어쩜 그렇게 매일이 재미있던지.
성인이 되어서 만난 친구들은 20대의 고민을 같이 했던 친구들이다. 취업과 진로 고민, 결혼 이야기 등을 나눴던 것 같다. 그렇게 매일을 붙어 다니던 친구들도 직장생활을 시작하고부터는 다들 각자 바빠졌고 그 후 각자의 인생의 방향에 따라 자연스레 멀어졌다.
결혼과 출산은 또한 친구관계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매일 저녁 친구를 만나던 싱글의 생활은 끝이 났고 회사-집만 오가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내 친구는 남편, 친정 엄마 그리고 회사에서 만나는 동료들뿐.
오래된 친구들과는 가끔 카톡으로 대화를 하고 만나는 건 거의 몇 년에 한 번뿐이다.
그것도 그나마 그동안은 코로나로 얼굴도 못 보고 지냈다. 이제 각자 사는 지역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다 보니 막상 만나고 싶어도 시간이 맞지 않고 관심사도 각자 다르다.
결국 인간은 혼자인 건가.
이렇게 갑자기 외로움이 찾아와서 당황스럽고 창피하다.
요즘은 카톡방이 분주하다.
작년 말에 시작했던 브런치 프로젝트 멤버들과의 단체 카톡방이다.
전체방, 미라클 모닝방, 북클럽 두 개, 초등 고학년방, 운동 인증방 이렇게 6개의 카톡방이다.
모두 엄마들이고 같이 글 쓰고 책 읽는 사람들이다 보니 관심사도 비슷하고 성향이나 취향도 비슷하다.
오래 알아왔던 사람들도 아닌데 서로의 글을 읽다 보니 아주 오래 알아왔던 사람 같기도 하다.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평소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보다 좀 더 대화의 깊이도 깊다. 내가 언제 친구들과 이렇게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심도 깊게 이야기를 나눴던가 싶다.
시절인연이라고 그때 내 삶에 그리고 그 순간에 들어오는 인연들이 있다.
그 시절이 언제 끝날 지 모르겠지만 매 순간 충실하다면 그것 이외에 바랄 것이 뭐가 더 있을까.
나와의 접점이 생기는 그 모든 인연이 소중하고 의미 있다. 특히 요즘 친구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때 생긴 인연이 참 귀하다.
엄마가 된 이후 새롭게 친구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이미 서로 살아온 세월 동안 생겨난 주관과 취향, 삶의 방식이 각각 다르고 또 그동안 맺었던 관계에서 배운 스스로에 대한 보호본능까지 합쳐져서 쉽사리 속내를 드러내는 사이가 되기 힘들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친구가 생길 것이라는 희망을 항상 품고 있다.
매일 별 것 아닌 글을 읽어주고, 라이킷을 눌러 주고, 댓글을 남겨주는 좋은 친구들 - 눈물 나게 고맙다.
외로운 엄마를 구원해 준 브런치 얘들아 친구들, 오래갑시다!
만난 지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글을 쓸 줄이야!
* 이미지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