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에서 보고 밑줄과 별표까지 친 문장이 있다. 누군가 물을 때마다, 사랑하는 이유에 대해 정확하게 말하지 못했다. 엄마를 사랑하는 이유, 근을 사랑하는 이유, J를 사랑하는 이유까지. 이유가 있을 텐데……. 구구절절 주변을 맴돌며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는데, 그걸 설명할 문장이 생긴 것이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
누구보다 그들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게 되어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게 이유가 되냐고 하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것만으로 사랑하는 이유가 된다.
근을 처음 만나는 날. 가족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했다. 다음 날에는 전에 만났던 여자친구들의 이야기를 했다. 그다음 날에는 내가 여자친구가 될 수 있는 이유와 될 수 없는 이유를 나열하기 시작했다.
그 많은 말들 속에 근을 발견했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두운 방 속에서 홀로 울고 있던. 헤어짐의 이유를 몰라 방황하고 있던. 복잡한 마음을 덜어내려 드라이브를 하며 혼자 마음을 추슬렀던. 그를 바라보니, 과거의 근들과 겹쳐 보여 더 자세히 알아버렸고, 그만큼 사랑하게 되었다.
드라마를 보면, 뻔한 전개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서로 증오하던 사이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서로가 미워지기 시작하여 더더욱 미워할 이야기를 찾다 보면, 서로를 알게 된다.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왜 저렇게 말하는 건지 알게 되면,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게 나는 미워하던 서로가 사랑하게 되는 걸 이해해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