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각자 사랑하는 방식이 다를 뿐. 최선을 다해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
최근 크게 다퉜다. 뻔한 이유였다. 나는 서운함을 근에게 토로했고, 근은 내내 쌓아두고 있다가 폭발했다. 내가 서운함을 느끼는 이유는 나의 애정 표현을 근이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그 당시에는 비참했다. 그런데 근의 이유를 들으니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근은 나에게 싫어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불편한 걸 하지 않을 선택권을 달라고 했다. 바꾸려고 하지 말고 그대로 사랑해달라고 했다. 나만의 표현 방식을 강요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아직도 그 말을 생각하면 서운해서 눈물이 나려고 하지만, 객관적으로 이해했을 때 근의 말이 틀린 게 없다.
나는 항상 근에게 뭔가를 원했다. 내가 하는 행동에 애정을 표현하기를 원했고, 내가 함께하고 싶을 때 함께하기를 원했다. 내가 당연하게 기꺼이 하는 행동들을 근도 함께 해주길 원했다. 그건 내 입맛대로 근을 바꾸려고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근이 변한 건지, 내가 변한 건지. 누가 맞는 건지도. 사실 맞는다는 게 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제 근의 사랑 방식을 더 잘 이해해보려고 한다.
근의 사랑의 언어는 헌신과 희생이다. 나의 사랑의 언어는 스킨십과 함께하는 시간, 사랑의 표현이다. 사랑의 언어가 다른 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서로에게 서운함이 더 많이 쌓이게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근은 내가 피곤하지 않도록 내가 집에 오기 전에 설거지를 미리 한다.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는 거실에 청소기를 밀어 깨끗하게 유지한다. 비염 때문에 코 풀은 휴지를 책상에 벌려 놓으면 말없이 쓰레기통에 가져다 버린다. 아침에 일어나길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알람이 울리기 전 눈을 떠서 조용히 씻으러 나간다. 장마철이 다가오면 집 안의 모든 제습제를 새로 갈아놓고, 쓰레기통이 꽉 차면 쓰레기봉투를 새로 넣어놓는다. 빨래를 개어 수건함에 수건을 차곡차곡 넣는다. 음식물 처리기의 쓰레기를 비우고 말끔하게 씻어 말린다. 출근하러 가는 길에 쓰레기봉투를 버리고 자고 일어나 구겨진 이불을 반듯하게 펼친다. 무거운 짐을 항상 양손에 가득 들고 나에게는 물통만 들어달라고 한다. 샤워하고 물기를 닦아 욕실을 뽀송뽀송하게 한다. 먼지떨이로 집 안 구석구석을 쓸어 먼지가 없도록 한다.
나는 근이 좋아하는 음식을 맛있게 대접한다. 아침 출근하는 길이 행복할 수 있도록 모닝커피를 준비한다. 밤에 뒤척이는 근의 베개를 바르게 놓고 잠들 수 있게 도와준다. 퇴근하고 오면 밝게 인사하고 안아준다. 얼굴, 팔, 배 등을 쓰다듬는다. 어디를 가든 손을 잡는다. 함께 가도록 기다린다. 머리에 약을 발라준다. 근이 만질 수 있도록 기꺼이 머리카락을 내준다. 얼굴을 보며 뽀뽀를 한다. 고된 하루를 보낸 것을 위로하며 꼭 안고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늘어놓고 나니, 근의 사랑하는 방식에 너무 무감각해져 있었나 보다. 다가오는 3주년 근에게 고맙다는 편지와 함께 근을 이해해보려는 내 마음을 보여줘야겠다.
우리는 각자 사랑하는 방식이 다를 뿐. 최선을 다해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
굿닥터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You are doing everything right. I love you.
자폐를 앓고 있는 머피가 리아에게 해준 말이다. 계속 리아의 방식이 틀렸다고 말하며 바꾸고 고치려고 하다가 처음으로 리아를 있는 그대로 인정했다. 둘의 사랑이 더 깊어진 게 보였다. 나도 근에게 꼭 말해줘야겠다. 다 잘하고 있다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한다고. 앞으로도 바꾸려 할지 모르지만, 다시 이 마음으로 돌아오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