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감기는 거지? 자는 게 아니라.

by 열음

갑자기 거실에 눕겠다는 남편. 눈이 감기는 게 보이는데 명상하는 거란다. 아니. 달리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단다. 30분 후면 뛰러 나가야 한다면서.

그 상태로 나를 부른다.

"수진, 부탁이 있는데.."

내가 퉁명스럽게 쳐다보니 말을 이어간다.

"선풍기 바람이 너무 세. 조금 약하게 틀어줘."

선풍기랑 남편의 거리가 더 가깝지만, 피곤한 근의 얼굴을 보며 선풍기를 이리저리 돌려본다.

"이렇게 할까?"

"아니야. 바람 세기를 낮춰줘."

"그럼 이렇게. 됐어?"

"응. 고마워."


10분이 지났을까. 공손히 배 위에 손을 올리고 잠들어버린 남편.

덩치는 산만한데 잘 때 보면 업어가도 모르겠다. 아이처럼 곤히 잔다.


여름은 대체 무슨 계절이길래 온 몸의 기운을 뽑아가는건지. 저 더운 태양의 기세가 사람들의 기운으로 차 오른걸까. 안 그래도 피곤한 남편은 여름이 되어 점점 더 시들어간다. 말라가냐고? 그럴리가. 마르지는 않고 기운이 쪽 빠진 느낌이랄까.


요즘 지방을 걷어내겠다며 밤마다 동네를 뛰기 때문인지 달리기를 하면 체력이 좋아져야 하는데 아직 체력 고갈 상태이다. 좋아지는 변곡점까지 아직 못 간 걸까.


남편을 따라 괜히 생색내기를 하고 있다. 이를테면 요리를 하면서 말을 한다.

"오빠는 수진이가 요리사라서 좋겠다~ 맛있는 밥도 먹을 수 있고, 퇴근하자마자 내가 차리잖아."

"응 좋지~"


별 이야기는 아닌데 그렇게 실없이 인정하는 남편을 보면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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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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