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에세이는 아니지만 일상 속에서 남편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요즘 유행하는 테토녀와 에겐남은 우리 부부를 뜻한다. 특히 나는 호르몬 검사에서 남성호르몬이 일반 여성보다 2~3배 높다고 나와 남성호르몬을 낮추는 약까지 먹었으니 진정한 테토녀이다. 다른 말로 정의하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대충녀와 꼼꼼남(대충대충 지나가자고 하는 여자와 뭐든 꼼꼼하게 확인하는 남자.). 지지녀와 깔끔남(청소는 가장 나중으로 미루는 여자와 청소가 항상 루틴에 포함된 남자.). 들썩녀와 꼼짝남(가만히 있지 못하고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여자와 꼼짝 않고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 나의 단점만 나열되어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이다. 어찌 되었든 우리는 참 다르다.
이런 걸 성향이라고 하더라. 다른 성향을 가지고 혼인서약서도 만들었을 정도이다. 서로 너무 다른 탓에 처음 집을 합쳤을 때는 잡아먹을 듯 싸웠다. 우리의 단골 대사는 "이해가 안 돼!"였다. 지금 생각해도 명대사다. 또 다른 대사에는 "왜 저래?", "적당히 해.", "응~ 너 잘났다~" 등이 있다.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노발대발 대사를 막 퍼붓다가 노래가 나오고 다음 화가 되어 금방 화해하고 사이가 좋아지면 다행이지만 우리는 같은 집에 살고 있었고 벗어날 곳이 없었다. 마주 보고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왜 싸웠는지 기억도 안 나는 문제로 적어도 3시간씩 대화했다. 지쳐서 화해하기도 했다. 싸움은 감정만 남지 않는가? 서운함과 미움이 쌓여갈 때쯤 현명한 우리 부부는 깨달았다. 그래서 매 화 지나갈수록 대사가 변했다. "무슨 얘기인지 알겠어.", "아, 오빠는 그렇게 생각했구나. 나랑 정말 다르네.", "아냐. 그런 뜻이 아니었어. 정말이야. 믿어 줘." 남 탓을 하는 대사가 아니라 내 입장에서 설명하는 말들은 상대방의 강철 벽같은 마음을 점점 허물었다.
최근 새로 들어갈 집에 줄눈 시공을 하는 날이었다. 줄눈 시공이 끝나 점검하고 나가려는데 들어오지 말라는 테이프가 한쪽이 비스듬하게 붙어 있었다. 나는 집에 가고 싶었고,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 대충 붙이자고 했다. 남편은 그 비스듬하고 떨어질 것 같은 테이프가 마음에 안 찼는지 몇 번이고 붙였다 떼었다 반복했다.
"이건 중요한 거 아니잖아. 대충 하고 가자."
"아니. 넌 왜 다 대충대충이야."
평소 같으면 버럭 화가 났을 텐데, "대충이라니! 왜 이런 걸로 시간을 낭비하는데."라고 했을 텐데 그날은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알겠어. 그럼 제대로 붙이고 가자."
기다렸다가 평온한 상태에서 말을 꺼냈다. 우리는 너무 달라서 탈이라고 이해가 안 되는 게 수만 가지이지만 어쩌다 결혼했는지 모르겠다고. 누군가 결혼 상대에 대해 고민하다 물어보면 성향이 같은 사람 혹은 다른 사람 중 누구를 택하라고 추천할 것 같냐고.
남편은 고민도 없이 "다른 사람. 성향은 달라도 방향은 같잖아. 나는 수진이가 나랑 달라서 좋아. 내가 잘 못하는 걸 수진이는 잘하니까."라고 말했다. 아, 우리가 그래서 결혼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