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라서 나쁜 점은 참 많다.
그만큼 좋은 점도 많다고 생각한다.
그 중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남의 생각을 들여다보기 좋은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교사는 적어도 학생들 사이에서 절대적 위치를 가지고 있다. 무슨 주제에 대해 글을 쓰기로 한다면 써야 하는 것이다.
3학년을 맡게 되어 아침글쓰기를 시작했다. 내가 물어보고 싶은 질문을 화면에 띄워놓으면 질문을 제일 윗 줄에 쓰고 자기 생각을 써내려간다. 그전에는 검사하고 싶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어린이들의 글을 읽으며 키득거리는 게 내 취미이다.
오늘의 질문은 '주말에 나에게 어떤 일이 있었나요?'이다.
아직 글쓰는 재주가 없는 어린이들은 본인의 주말을 나열하기도 한다. 토요일 점심에는 칼국수를 먹고 도서관에 갔다가 저녁에는 된장찌개를 먹고 잤다. 일요일에는 어제 먹던 된장찌개와 계란후라이를 먹고 놀이터에서 친구와 만나 놀다가 집에 들어와서 잤다는 식이다.
수업 시간에 이미 표현이 풍부한 어린이들은 쓰는 글도 다르다. 너무 재미있고, 기대되고, 행복한 일이 가득이다. 3학년은 인생이 행복한 시기인가 보다.
나한테 말을 걸듯 쓴 어린이도 있다.
일요일 아침에 목이 심하게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병원에 가서도 계속 기침하고 콧물도 계속 났는데 순간 후리스만 걸치고 다녔던 게 생각이 난 거예요! 갑자기 후회 되기도 하고 이젠 약을 꼬박꼬박 먹을 거예요.
너무 귀엽지 않은가? 글을 읽는 내내 아이의 얼굴이 떠오르고 다채롭던 표정이 내 머리 위에 둥둥 떠다녔다. 순간 후리스만 걸치고 다녔던 게 생각이 난다는 글에 밑줄을 치고 답글을 남겼다. 아직 추우니까 따뜻하게 입자 ^^
기분을 표현하는 것도 남다르다. 나 같으면 '정말 기분이 좋았다!'라고 끝낼 것 같지만 '하늘을 나는 기분이라 신나고 즐거웠다!'라고 표현한다. 토요일, 일요일이 꽉차게 즐거웠던 어린이도 있다.
주말을 잘 보내고 온 어린이들이 사각사각 글을 쓸 때면 괜시리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싶다. 내일은 가장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적어보도록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