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뭘 꾸준히 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런 성격에는 장점도 있는데, 시도하는 건 잘한다는 것이다. 어느 두려움 없이도 새로운 걸 시작하고 빨리 끝낸다. 그런 내가 10년째 하는 운동이 있다. 배구. 대학생때 아는 언니를 따라 배구 동아리에 들어간 게 시작이었다.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배구 동아리에 매주 화, 목요일 꾸준히 갔다. 팔에 공이 정확히 맞아서 공이 붕 뜨는 순간 엄청난 쾌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임고생으로 접어들면서 배구 동아리에는 뜸하게 갔지만, 3년 동안 배운 덕에 남자 선수 경기 네트에도 걸리지 않게 서브를 넣을 수 있게 되었고 내 방향으로 오는 공을 피하지 않고 손을 뻗어 받는 일도 생겼다. 배구를 잘 한다고는 못하지만 초보자는 아닌 수준에서 대학 생활의 배구는 멈췄다.
혼자 연습했던 시간 때문인지 배구공만 보이면 만지고 싶어졌다. 강당에서 아이들과 체육 수업을 할 때에도 가끔 배구공을 쳐다보고 언제쯤 배구를 다시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배구는 혼자 할 수 없는 팀 스포츠이다. 경기가 되려면 최소 12명은 필요하다. 심지어 배구는 공을 땅에 떨어트리지 않아야 되는 규칙 때문에 처음 하는 사람이 실력을 올리려면 꽤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장벽 때문인지 배구를 다시 시작하는 게 쉽지 않았다. 마음 맞는 사람, 배구를 적당히 하는, 그리고 12명이나 되는 사람, 체육관과 배구 네트가 필요하고 연습하려면 배구공도 30개는 필요하다. 하고 싶다는 마음만 품고 있다가 같은 학교에서 나와 같은 마음인 선생님을 발견했다.
우리는 2명이었지만, 체육관에 남아 종종 배구 연습을 했다. 그러다 배구 클럽에 들어가게 되었다. 처음에 어색한 만남은 금방 지나가고 경기 속의 웃음만 남았다. 팀스포츠라 장벽이 높은 단점이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장점이 있다. 같이 하는 사람들과 금방 친해진다는 것이다. 혼자서 아무리 잘 해도 그 다음의 터치가 없으면 무너지는 게 배구이다. 손발을 맞추고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며 1점을 따낼 때마다 더욱 가까워졌다.
나에게 웃음을 선물해 준 웃음배구이다. 가기 전까지는 일주일에 한 번 저녁 시간을 뺏기니 귀찮기도 하고 쉬고 싶다는 유혹이 나를 덮치기도 하지만 가서 운동을 시작하면 웃음을 멈출 수가 없다. 경기에서 져도 재미있고, 넘어져도 재미있고 온 팔에 멍이 들어도 재미있다. 경기 중간 세레머니를 하는 것도 서브를 잘하라고 "화이팅!"을 외쳐주는 것도 어디에도 없는 팀 문화인 것 같다. 나는 그래서 배구가 좋다.
"다음주에도 또 배구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