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챙기는 일

by 열음

의식주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나에게 물어본다면 식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옷은 아무거나 깔끔하게만 입으면 된다. 집은 내 몸 누일 공간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밥은 너무 중요하다.


내 주변 사람들이 말하기로는 나는 맛잘알이다. 맛없는 걸 먹는 게 세상에서 가장 싫을 만큼 맛을 추구한다. 그렇다고 입이 고급스럽지는 않다. 동네 떡볶이집, 한 그릇에 5000원 하는 짜장면집, 8000원에 된장찌개와 제육볶음이 나오는 백반집. 그런 곳이 내가 자주 찾는 곳이다.

우리 부부 사이에는 어쩌다 보니 집안일 담당자가 나뉘었다. 나는 요리 담당, 장보기 담당이다. 집안의 기획자이기도 하다. 모든 일정을 관리하면서 가장 중요하게는 오늘 저녁 뭘 먹는지 결정한다. 둘 다 출근했다가 지쳐 퇴근하는 길에 뭘 먹을지 고민한다. 순두부찌개? 재료가 있었나. 그러면 김치찌개? 너무 자주 먹었나. 미역국? 생일도 아닌데 맛있으니까 괜찮으려나.


매번 메뉴 고민을 하는 게 지치지는 않냐고? 천만의 말씀! 나는 나에게 뭘 먹일지 고민하는 순간 행복하다. 그 맛이 입에 스쳐 지나갈 때면 더 신나서 재료를 찾기도 한다. 한 달에 한번 정도 너무 피곤하면 지치기도 하지만 그 마저도 배달음식으로 한 템포 쉬어가면 할 만하다.


이런 내가 남편의 밥을 챙기는 일은 사랑이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게 뭐였는지 생각하고 조합에 맞는 다른 음식까지 시간 맞춰 딱 차려내는 것. 그 음식을 보고 “맛있겠다~!”하며 앉아서 밥 먹는 걸 지켜보는 것. 서로의 빈 그릇을 보며 배를 뚱땅거리며 나는솔로를 보는 것. 이게 우리 부부의 사랑이고 행복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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