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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옥 Oct 25. 2020

그냥 그렇다고.

글을 쓰기 싫다.


지금까지 스스로를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나 보다.

아니면 그렇게 믿고 싶었던 거일 수도. 가만히 앉아 글을 써 내려가는 그 정적인 움직임이 참 멋져 보였는데.

멋진 일은 역시 아무나 소화할 수 있는 게 아닌 걸까.

써 내려간 형편없는 글들은 모두 지워지고 지워져 종국에 나는 아무것도 쓰지 않은 사람이 되었고 결국 그토록 감추고 싶었던 나의 열등감은 다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쓰기 싫어...










글을 쓰고 싶다.


쓰고 싶은 욕망이 내 수면시간을 집어삼킬 무렵, 정말로 글을 써보기로 했다.

이래나 저래나 잠들지 못하는 거 일단 쓰기라도 하면서 피곤해하자.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시작된 고독한 레이스.

꿈을 꿈이라고 얘기하지 못하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비루한 글재주로도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은 사그라들 기미는커녕 점점 몸집을 불렸다. 쓰고 싶다.


'이런 나라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어느 날은 한없이 나를 작게 만들다가도 어느 날은 나를 치켜세우기도 하는 '글'.

글을 쓰기 싫다고 말하는 거조차 글을 쓰며 말하는 내가 글을 끊어내는 일은 심각한 금단현상을 동반할 일일 거다. 사실 글을 쓰기 싫은 마음이 드는 것도 어찌 보면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니, 두 말이 참 아프게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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