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나애미 Dec 05. 2021

손님상 차릴 때 꿀팁  

몇 년간 아이가 고등학생이라 집에 손님 초대를 못했고 지난해부터는 코로나로 더더욱 그랬다. 

올해 아이가 대학을 가고 난 후 이래저래 신세를 진 분, 혹은 친한 친구들, 또는 꼭 한번 밥을 해주고 싶은 지인들에게 집밥을 해주고 있다. 


밥하는 걸 좋아하는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의나 호감의 표현은 " 밥해줄게 집에 놀러 와라"이다.

손님상을 차리면서 몇 가지 팁이 있어 정리해보았다. 


1. 미리 해둘 수 있는 샐러드나 핑거푸드. 디저트 등을 활용한다.

손님 오시는 시간에 맞춰 여러 가지 요리를 하다 보면 화구 수도 제한이 있고 몇 가지 음식 미리 해두면 훨씬 여유가 생긴다. 예를 들면 샐러드. 콜드 파스타 , 겉절이 혹은 절임 요리 등은 미리 해서 플레이팅만 하는 방법이다. 



2. 오븐을 활용하자. 


인덕션과 오븐을 적절히 사용해야 불이 모자라지 않게 메뉴를 낼 수가 있는데, 오븐 요리는 정말 좋은 해결이다. 초반에 양념이나 전처리만 해서 오븐에 한두 시간 구워내는 메류를 섞으면 근사한 메인 메뉴 하나가 해결된다. 


고기를 주로 오븐에 굽거나 라자냐 같은 메뉴도 있고 또는 치킨 윙을 오븐에 구워 내기도 한다.

가정집 인덕션이 주로 3 구인데 2구를 센 불로 사용하면 나머지 1구는 거의 유명무실하다.

이럴 때는 오븐을 사용하면 한 가지 요리가 해결되니 이보다 좋은 해결책은 없다. 

그리고 오븐에서 요리를 완성해 내면 왠지 굉장히 심혈을 다한 것 같은 메뉴가 나온다. 

장시간 익혀낸 알고 보면 손쉬운 오븐요리의 속임수!!!



3. 솥밥이나 찌개를 맥시마이징 하라.

밥이나 국 혹은 찌개 메뉴지만 조금만 신경 써 밥을 짓거나 찌개를 끓이면 손님상에 손색없는 근사한 메인 메뉴가 된다. 요즘 솥밥이 유행이다. 누구나 솥밥 정도는 하나 할 수 있지않나? 아닌가? 그러면 유투브나 요리 블로그 몇개 보면 금방 따라할수 있다 (부디)  그럴 때 솥밥 재료로 전복이나 바지락 혹은 소고기를 활용해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솥밥을 지어본다. 솥 채로 상에 내어주면 그건 그냥 밥이 아니라 손님상 메인 메뉴가 또 하나 완성이다.

찌개도 그냥 된장찌개가 아니라 차돌을 넣은 된장이나 바지락을 듬뿍 넣은 된장찌개를 큰 냄비에 끓여 푸짐하게 냄비채로 올리면 전골처럼 파티 메뉴로 활용이 가능하다. 큰 냄비는 하나 사자. 이김에.


4. 밑반찬도 메인처럼 


밑반찬도 세팅만 잘하면 메인 메뉴인 양 눈속임이 가능하다. 크고 기다란 그릇이나 움푹한 그릇만 활용한다면

케이터링 메뉴처럼 덜어먹는 또 하나의 메뉴가 된다. 찔끔찔끔 담아두면 그냥 밑반찬이지만 큰 그릇에 여유롭게 담아 근사하게 세팅하면 된다. 김치도, 



5. 꽃은 무조건 필수

같은 테이블 차림이라도 꽃이 있고 없고는 하늘과 땅 차이.

비싼 꽃일 필요도 없고 크고 화려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너무 화려하거나 여러 컬러의 꽃보다는 단순하고 심플한 꽃이어도 좋다. 음식의 컬러를 해치지 않으면 음식이 더 돋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푸른 잎이 있다면 한두 개  떼여 수저나 냅킨 위에 올리면 센스가 폭발이라는 칭찬도 듣는다.

별게 아닌데 귀찮거나 이거까지 해야 하나 싶은 포인트를 해주면 손님들은 감동한다. 

일도 사랑도 하물며 집밥을 차리는 일도 결국 요런 작은 성의가 중요한 거니까.


혹시 여유가 된다면 손님들이 사용할 화장실에도 꽃 한 송이 둔다면 기립박수를 받게 된다.

누구로부터??? 나 스스로로부터. 


6. 마지막 디저트는 엣지 있게.


요즘은 디저트 전성시대이다. 직접 만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꼭 그럴 수 없다면 맛있고 재미있고 특별한 디저트 하나는 준비해 손님상 마무리로 내어본다. 결국 마지막 인상이 오래 남는 거니까.

바스크 치즈 케이크를 굽기도 하고 곶감 단지를 썰어 내기도 하고 금귤 칩을 내기도 한다.

초콜릿 퍼지 케이크를 굽기도 하고 크렘뷔렐레위에 설탕을 뿌려 그 앞에서 토치로 그을려 주기도 한다.


손님들은 환호한다. 별거 아니지 뭐. 


7. 실수할 것들은 피해 가기.


손님상을 차릴 때 오버해서 실수를 한경우가 있다. 뼈아픈 그리고 기억하기 싫은 기억이지만 공유해본다.

평소 안 하던 메뉴를 야심 차게 시도한다. 백전백패다. 평소에도 안 하는 메뉴를 왜 하필 손님 올 때 했을까.

평소에 한 3.4번 해본 메뉴를 해도 될까 말까 한데 처음 하는 메뉴를 실패를 부른다.


튀김 요리는 하지 않는다. 튀김은 금방 튀겨 먹을 때가 제일 맛나다. 게다가 집에서 사용하는 화력은 생각보다 낮다. 한 번에 많은 양을 튀길 수도 없고 온도도 높지 않아 금세 눅눅해지기 쉽고, 두 번 튀겨야 바삭한 경우 튀김에 진이 빠져 다른 메뉴를 돌볼 여유가 없어진다.  튀김은 피한다. 


파스타 같은 메뉴도 한 번에 많은 양을 삶아 소스에 비벼 나가려면 파스타 면이 붇기 쉽다.

요리사들은 삶은 파스타를 오일 마사지해서 조금씩 소분해서 봉지에 담아두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소스에 묻혀 낸다고 하는데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니 파스타는 피하자. 


마지막으로, 비슷한 이유인데 전을 하지 않는다. 전은 손이 많이 가고 하나씩 지져내야 하는 것에 비해

전통적으로 설이나 명절에 해 먹는 음식이라 손님들의 감동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전도 마찬가지로 지져 뜨거울 때 호호 불면서 먹어야 제일 맛있는데 여러 장을 지져 큰 접시에 내어

다 식은 후 먹으면 그 맛이 안 난다. 전은 명절에만 먹는 걸로 충분하다. 개인적인 경험담이다. 



이렇게 몇 가지 꿀팁을 숙지하고 머리를 잘 쓰면 생각보다 쉽게 손님상을 근사하게 차려낼 수가 있다.

집밥이 귀찮고 어려운 시대이지만 그만큼 집에서 밥을 해 손님을 초대한다는 건 생각보다 귀하고 즐거운 경험이다. 올 연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기를... 



작가의 이전글 꼬막의 계절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