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가도 친가도 모두 이북이 고향이신 조부모님 영향으로 이북 음식을 먹고 자랐다.
몇가지 기억나는 음식이 있지만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후엔 사실 기억이 별로 없다.
유일하게 아직도 한달에 몇번씩 해먹는 김치말이밥을 제외하고는.
어릴땐 아빠가 워낙 좋아하셔서 반찬이 없는날엔 늘 이걸 해먹었던 기억이 있다.
저녁에 손님을 만나고 들어오셔도 출출하다고 하면 엄마는 늘 밥통에 밥을 먼저 식히기 시작하시곤했다.
겨울엔 창문을 살짝 열고 납작한 접시에 얇게 편 밥을 올려두고 찬바람에 금새 밥이 식곤했고
여름날엔 선풍이 앞에 접시를 두어 뜨거운 밥의 열기를 식혀냈다.
동치미는 일년 사시사철 집에 있어야하는 것도 이북스타일의 입맛인것 같다.
시원한 동치미 국물에 꼬들거리게 식은 찬밥을 말아넣으면 그만인데
잘 익은 김치를 송송 썰어 얹고 참기름을 넉넉하게 부어준다. 깨소금을 뿌려 낸다.
아삭거리는 동치미와 차갑고 꼬들거리는 밥 그리고 시원한 동치미 국물.
너무 간단한데 상상이 잘 안가는 조합이라고들 한다.
속이 더부룩한날, 고기 먹은 후 혹은 이가 덜덜 떨리는 겨울밤에도 생각나는 우리의 소울 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