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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애미 May 13. 2021

전복죽

고등학교 때   울 엄마는 전복죽을 자주 해줬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시험기간 속이 안 좋을 때

그래서 상태가 괜찮은 날 엄마가 전복죽을 해주면

난 생각했다. '내가 어디가 아픈가.'

남들 다 원년에 붙는 대학을 재수하고 대학 합격 소식을 듣고 엄마는 말씀하셨지.

"나 이제 니 전복죽 안 해준다."

정말 그 후론 우리 엄마 전복죽을 먹어 본 적 없고, 우리 아기 이유식 시절 엄마가 얼굴만 한 전복을 사다주시면서

 '이건 애기 먹이고 너 먹을 건 이마트에서 사 먹어라.' 하셨지.


오늘 우리 아기 컨디션 안 좋아 전복죽을 끓이며 생각했다. 

아가야 너도 이 전복죽 먹을 날 얼마 안 남았다.

엄마도 지난 18년 숱하게  끓였다.

전복죽은 보양과 위로의 음식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참기름에 달달 볶은 전복과 불린 쌀을 넣고 푹 끓여 쌀알이 말랑 말랑해졌을 때 노른자 한알을 올려 먹으면 완벽하다. 전에는 내장을 빼고 하얗게 죽을 쑤었는데 요즘엔 내장을 미림이나 청주를 조금 넣고 갈아서

쌀과 함께 물로 잡아 내장 색깔을 그대로 살린 죽이 더 맛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도 같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달래고 어루만져주고 싶을 땐 그냥 조용히 전복죽을 끓인다.

참깨 뿌려낸 전복죽 한 그릇을 먹고 나면 웬만한 시름을 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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