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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복 Nov 20. 2021

다시 쓰는 마음 10

시멘트 바르기 

다시 쓰는 마음 10      

시멘트를 섞고, 이제 빠데에 시멘트를 올리는 첫 번째 목표를 세운다.

시멘트를 어느 정도 빠데에 올려야, 자신이 가장 잘 바를 수 있을지, 혹은 어느 정도의 무게를 감당해야만, 벽 면에 시멘트를 바르면서 최대한 덜 힘들지를 가늠한다.     

시멘트의 양이 곧 일의 능률이고, 그 사람의 능력이 되는 첫 번째 세상을 만난 거였다.     

나의 삶도 이렇게 시멘트 양을 빠데에 올리면서 어느 정도의 힘으로 가야 할지를 배운 것 같다.     

팔목과 어깨가 감당할 수 있을 지라도 한 손으로 빠데에 올려진 시멘트를 들고,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 안에, 벽면의 3분의 1을 채울 수도, 있고, 10분의 1도 채우지 못한 체 지칠 수도 있다는 것을 선생님께서 알려주셨다.     

선생님은 빠데에 3분의 1도 되지 않는 시멘트의 양으로, 1미터의 벽면에 2분의 일을 빠르게 바르셨다.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처음에 시멘트 양을 가늠하지 못해서 엄청나게 올리거나, 엄청 적게 올리거나 혹은 그 어느 중간의 무게만큼을 올렸다고 하더라도, 나의 팔목은 후들후들했다.     

육수통을 매일 같이 씻어서 팔힘은 어디 내놔도 손색없을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실전 노동의 결과는 참혹했다.     

그동안 내가 해온 노동은 노동이 아니었다.     

그렇게 빠데에 시멘트를 올리는 일을 반복하고, 팔목과 어깨의 힘을 조절하면서 나는 내 어깨와 팔목에 달려 있는 가족들의 무게를 생각했다.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될 일에 힘을 잔뜩 얹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가족과 관련된 일이라면 나는 마치 전쟁에 임하는 군인처럼 주먹을 꽉 쥐고, 입술을 굳게 다물고, 가족들에게 적대감을 드러내거나, 다른 감정일지라도 나를 말리는 사람들에게 늘 화를 내거나 아니라고 하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고는 했다.     

그러고 나면 나는 늘 스트레스를 온몸으로 받아서 달달 떨리는 심장으로 집으로 돌아왔는데, 집  대문 앞에 앉아서 한참을 울고는 했다.     

하지 않아도 될 일에 내 시간과 정성을 쓰면서 좋은 소리를 듣지도 못할 일에 열정을 다해가면서 나는 내 20대를 30대의 거의 모든 시간을 보냈으니.     

거의 모든 에세이는 20대를 아름다운 청춘으로 말한다. 그리고 30대는 무르익은 무언가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듯이, 혹은 될 거라는 듯이 미화하고는 하는데.     

실은 20대도 그렇고, 30대도 별반 차이는 없다.     

하지만 나는 좀 억울했다.

20대의 통장 잔고와 30대의 통장 잔고가 비슷한 수준을 보이면, 그것도 자신의 잘못이 아닌 가족들로 인해서 그런 거라면, 나에게 남은 인생은 또한 이렇게 흘러가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분배하고, 인지하고 있어야 했는데, 나는 그런 면에서는 실패를 한 게 확실했다.     

그걸 미장을 하면서 깨달았다.

적당한 무게로, 적당하게 바를 면적을 채운다. 

그리고 준비한 시멘트 안에서 1미터의 면적을 모두 바른다. 팔은 너무 높이 들지도, 크게 돌지도 않아야 하고, 딱 맞게, 적당한 포인트에서 움직여가면서.     

인생도 다르지 않았다.

적당한 양으로 적당하게, 적당한 포인트에서, 시멘트가 아니 사람과의 관계가 말라가지 않게 그렇게...     

미장에 인생이 담겼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나는 미장이 너무 재밌어졌다.

벽에 발리는 감촉도, 벽마다 다르게 발라야 하는 것도.     

우리의 인간관계와 너무 같지 않은가?

사람마다 다른 온도로, 다른 형태로,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적당하게.

그렇게 나는 미장의 매력에 푹 빠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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