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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복 Nov 22. 2021

다시 쓰는 마음 11

명상에 대해서 <번외>

다시 쓰는 마음 11      


근래에 맡은 작업 중에 명상에 관한 영상을 다룬 게 있었다.

자세한 건, 말해 줄 수는 없는 작업이지만, 명상에 대해서 어렵게 생각했던 건, 심신의 안정과 조화를 어떻게 해내느냐에 관한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명상이 어렵지 않고, 생활 속에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현재의 나에게 초점을 맞춘다는 게 명상의 첫 번째 조건이었는데, 생각해보면 우리가 화가 나거나, 분노하거나, 후회를 하는 모든 감정들이 현재의 자신에게 있는 게 아니라, 과거나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있음으로써 생기는 것이라는 점이었다.     


우리의 생각이 현재에 머무르면, 예를 들어, 길을 걸을 때에도, 걷는다는 것에 집중을 하거나, 무언가를 보고 있을 때, 오로지 그 무언가에만 정신을 쏟는다면, 마음이 현재에 머무르는 것이고, 걸을 때 어제 못 잔 잠, 오늘 늦게 일어났던 것, 내일 해야 하는 일 혹은 약속에 대해서 생각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현재에 머무르고 있는 게 아니라, 과거에 머무르거나 미래에 머무르고 있는 중이므로, 그곳에서 생기는 괴리감으로 인해서 감정이 나빠진다는 거였다.     


감정은 곧 생각을 동반하고, 생각 또한 감정을 동반한다.


모든 생각과 생활에는 감정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래서 감정을 분리하기란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도 말한다.

그럼 이 분리하기 어려운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


그건 감정을 그냥 흘러가게 둔다는 거다.     


자신이 남을 바라는 거나, 다른 사물을 보는 것처럼, 자신의 감정이나 그에 동반되는 생각도 그대로 바라보는 것. 그게 바로 명상의 시작이었다.     


우리는 대부분, 우리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많다.


나 또한 감정이 지배적으로 나를 휘몰아치고는 하는 데, 그럴 때면, 신체가 아무리 건강해도, 피로 지거나, 피곤해진다든가, 혹은 거짓 병 ( 꾀병)에 속아서 나를 그대로 무너뜨리는 경우가 있었다.     

그중에 하나가 엄마와 동생 사이에서 느끼는 열등감이나 작은 일 하나에도 쉽게 화를 내고 서운해한다든가, 왜 내 것을 내내 내어줘야 하는 거지 라는 등의 불필요한 감정 소모들이 일어났다.     


그런데 근래에 이 작업을 하면서, 내가 그동안 조금씩 이 감정들을 스스로 끊어내고 있음에 나 자신을 기특해했다.     

감정을 그대로 두지 않고, 하나씩, 작지만, 천천히, 그들과의 관계를 스스로 정리해 나감으로써, 나는 내가 느꼈던 감정에서 조금 멀어져 들여다보게 되었다.


동생을 위해서 내가 했던 것은, 생각해보면, 나 스스로가 당연히 해야 한다고 믿는, 불쌍 과 동정의 어느 중간 선상에서 했었고, 나는 냉정하게 말해서,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었기에, 그들의 감정마저도 내 감정이라고 여기며, 그렇게 해왔던 거였다.     


그래 놓고, 심신이 지치게 되자, 모두 그들의 탓으로 돌리거나 화를 내 거나,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매일을 울고, 내일은 눈 뜨기가 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는 거였다.


나의 공감 능력은 뛰어나다. (인정, 맞음 ) 그러나 나의 공감 능력을, 남에게 대입하지 않는다. ( 맞는 말, 멀리서 보기 ) 그러므로 상대의 아픔은 상대의 것이고, 나는 그것을 나의 것으로 만들지 않는다. ( 냉정해 보일 진 몰라도, 나중에 그게 맞음을 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점점 그들을 멀리서 바라보는 능력이 생긴 것 같다.


물론, 지금도 깜빡하고 그런 것들과 마주하고는 하는데, 대개는 시간이 조금 흐르면, 다시 제정신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상대방의 무리한 부탁을 받기 전에 이거 하나를 마음속에 꼭 집어넣고 다닌다.     


“ 잠깐만요. 지금 말고, 생각해보고 말씀드릴게요”라는.     


마법의 주문 같다.


부탁을 들어주지 못해서 전전긍긍해하며, 억지로라도 내 시간을 쪼개서 부탁을 들어주고는 했는데, 이제는 거절 대신에, 생각해보고 말씀드릴게요 라고 일단 말한 후, 뒤로 물러나 고민하고 나서 말하는  습관을 기르려 애를 쓰는 중이다.     


그렇게 하면, 감정 상할 일 (나만)도 없고, 굳이 다른 이에게 내 시간을 할애해 주고도 좋은 소리를 못 듣는 경우도 없어지는 것 같다. 


이건 가족들에게도 써먹게 되었다.     


명상 작업을 하면서, 여기에 몇 가지를 더 하는 방법들을 얻게 될 것 같아서 3일 정도를 나도 영상을 보면서, 명상을 하는 기분에 임하게 된다.     


당장에 하기 힘들지만, 천천히, 조심히, 서서히.


이 것만 기억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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