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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복 Nov 27. 2021

다시 쓰는 마음 19

신경 쓰이는 일.

서점을 운영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특히 서점만 운영할 경우, 경영에 위험이 있어서, 실은 나는 북카페 형식의 서점을 운영 중인데, 책을 보러 오시는 손님들보다는 카페를 이용하기 위한 손님들이 더 많다.     


웃픈 현실이지만, 요즘엔 종이로 된 활자보다는 모바일 활자를 사람들이 더 선호하는 편이기도 하고, 워낙에 인터넷 서점들이 발달해서, 나 같은 동네 서점들은 굉장히 어려운 편이긴 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카페로 함께 꾸려 나가는 건데, 책 보다 사진에 관심을 더 많이 보이는 손님들을 만날 적에는 조금 아쉽다.     


특히나, 팔로워 수가 많은 손님들이나, 파워 블로거 같은 손님들이 오는 경우엔 좀 더 당황스럽기도 하다.     

요구하는 것들도 많은 경우도 있고, 진상 아닌 진상들도 꽤나 많은데, 근래에는 노쇼가 좀 많이 생겨서 당혹스러운 편이다.     


노쇼 같은 경우에는 선입금을 받지 않아서 우리 매장에 오는 경우엔 그냥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서점 내 카페를 예약제로 이용하게 한 건, 아무래도 책을 읽으러 오시는 분들이 방해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는 데, 거기에 선입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받자니 미안하기도 해서, 몸만 오셔서 메뉴를 드시다가 가시라고 말하는데.     


예약을 했다가 연락도 안 되고, 그렇다고 해서 미안하다는 말도 안 해버리면, 너무 마음이 안 좋아서 있었던 인류애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만다.     


나의 인류애가 태평양만큼 넓은 게 아니고 저기 동네 실개천만큼도 아니라서 더더욱 그런가 싶기도 한데, 그 한 팀이 안 오게 되면, 매장의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실은 아쉬운 나의 마음 때문 이겠지만......


서점에 사람이 잘 들어오지 않는 편이라서, 카페 이용을 만들었는데, 카페마저도 안 오게 되면, 나의 서점은 더 이상 서점이나 카페로서의 기능이 사라져서 나도 저기 멀리로 사라지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어떤 손님이 올까?를 기대하면서 열심히 분주히 만들었던 나의 티푸드들도 슬프게 나를 바라보는 것도 마음이 너무 아픈 이유 중 하다.     


오픈 시간이 12시라면 나는 9시쯤에 출근을 한다.

서점을 정리 – 청소- 하고, 빵을 굽거나 밤 조림을 만들고, 마실 물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테이블을 닦고, 다시 책의 먼지를 턴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어느새 12시가 훌쩍 넘어가 있고는 한다.

근래에는 슈톨렌을 해보겠다는 욕심에, 그것도 손반죽으로 반죽을 숙성시키고, 다음 날 굽는데, 이게 또 손반죽으로 할 경우에는 어깨와 팔목을 여간 많이 쓰는 게 아니다.      

계속해서 치대다 보면, 내 손목과 어깨가 같이 치대 져서, 어느 순간, 하나가 되는 기분마저 든다.     

그렇게 준비를 하고, 손님 맞을 시간이 되면, 노트북 앞에 앉아서, 구매해야 할 도서 목록을 정리하며, 신간 도서와 기존에 있던 도서들을 나눈다. 


그리고 책을 읽는다.     

매장에 구비된 책들은 무조건 다 먼저 읽어보려고 하는 데, 물어보는 손님들에게 당당하게 이 책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야 손님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어서 책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다는 나름의 철학이 생겼다.     

책을 읽을 때, 주로 책에 인덱스 테이프로 중요하건 감명 깊었던 부분에 표시를 해둔다.

내가 표시해둔 부분을 보고 손님들도 그 부분을 펴서는 그 이야기에 감명을 받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는다.     


그걸 보는 재미는 서점을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그런데 이런 준비들을 해두고 온다는 손님이 안 오면, 여간 불편하고 마음이 쓰이고, 신경이 곤두서는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원래가 새가슴이라서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생계 걱정과 공과금 걱정 , 앞으로 닥쳐올 빚들이 머릿속에서 회오리를 쳐가면서 돌아다닌다.      


“진정해.”라고 속으로 다독여보지만, 절대로 진정되지는 않는다.     

그러다 텅 빈 서점 안을 한동안 바라본다.


고요한 공간이다.     


마음속이 텅 빈 건 아닌데, 고요함에 나마저도 함께 침묵으로 그 고요의 음악에 맞춘다.     


그러다 보면, 마음이 진정된다.

책이 많다는 건 실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내가 읽었던 책들에는 형형색색의 인덱스 테이프들이, 내가 읽지 못한 책에는 자신도 저렇게 빛나고 싶다며 아우성치는 책들이 있다.     


그리고 다시 책을 든다.


신경 쓰였던 일들이 내 마음속에서 서서히 가라앉고, 나는 다시 서점과 내가 있는 자리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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