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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복 Nov 30. 2021

다시 쓰는 마음 25

비가 오면

새벽에 바람이 많이 불더니 이내 거세게 겨울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잠결에도 빗소리가 귀에서 들리니 왠지 기분이 몽글몽글해져서 이불을 목까지만 살짝 덮고서 잠깐 빗소리를 들어본다.      


2층의 내 방은 아주 작다.

내가 누울 자리 한편, 책이 꽂힌 5단짜리 책장 하나, 20살 때부터 쓰던 책상 하나 그리고 내 무릎보다 작은 높이의 옷장 이 다인 내 방 안에서 빗소리가 울린다.     

거친 빗소리가 창문 2개를 통과하고 내 방 안으로 들어올 때면, 소리는 조금 작아져서 ASMR 같은 소리로 변환되어 내 귓속으로 들어오는 데, 눈을 감고 듣고 있을 때면 빗속을 걷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누워있는 아래는 전기장판이 뜨뜻은 아니고, 따듯하다.

윗 공기는 으레 그렇듯이 2층 주택이 가지고 있는 찬 공기가 그대로 얼굴을 덮는다.

위와 아래의 온도가 너무 차이가 나다 보니, 겨울에 잠을 잘 때면 이불을 얼굴까지 덮고 자는 데, 새벽부터는 그러고 싶지 않아서 그냥, 목까지만 덮고 눈을 감고 있었다.     

새벽이랄 것도 없는 시간이기는 했지만, 빗소리가 내내 들린다.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면서, 빗소리와 함께 잠이 든 건지 어쩐지도 모르게 현실과 꿈 사이에서 몸을 잔뜩 웅크린다.     

웅크린 몸 안에서 나는 열심히도 돌아다녔다.

이런 날에 깨고 나면 온 몸이 아니 두 다리가 아프다.

평소에는 몇 키로를 걸어도 아프지 않던 다리가, 꿈속에서 헤매고, 현실에서도 헤맨다고 나는 허덕이게 만드는 것 같다.     

자신 좀 그냥 내버려 두라고 말하면서.     



그럼에도 비몽사몽 한 상태로 열심히 돌아다닌 탓에 어느새 이불은 무릎까지 내려오고, 몸은 잔뜩 구부린 체, 여기가 내 방인지, 꿈속에서 보았던 식당인지 모르겠다.     

희한하게 꿈속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불고기를 먹고 각자 카드로 나눠 계산한 기억이 난다. 그리고는 뭐가 그렇게 또 배가 고픈지, 집까지 걸어가는 길에 떡볶이랑 맥주를 주문했다.      

엄마가 집에 있을 줄 알았는데, 집에 없어서 얼른 달려가야만 주문한 음식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정말 내가 달릴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달렸다.   

  



그리고는 집에 도착했는데..! 결국은 깨어나고 말았다.


눈을 뜬 시간은 7시 42분.

거의 매일을 그 시간에 일어나다 보니 내 생체 시계도 그 시간에 맞추어졌나 보다.     

일어나야 하는 데, 밖에서 빗소리가 계속 들린다.

계속 누워있고 싶은데,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떠올린다.     


“슈톨렌 반죽을 만들어서 숙성시켜야 하는 데..”


“글을 써야 하는 데...”


“오늘 작가 교육원 두 번째 수업이 있는데...”     


몸을 일으켜 세운다.

기지개를 억지로 켜고 나서, 이불을 갠다. 이불의 사이즈가 딱 내가 누워있던 자리의 반 사이즈로 접히고 나서 그 위에 베개를 올리고, 잠옷을 벗어서 놓는다.     

절반으로 나뉜 나의  작은 방을 걸어 나와서 3걸음 만에 욕실에 도착해서 씻는다.     

빗소리가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다.

걸어가야 하는 데......     

노란색 우산을 가지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머리를 말린다.

여전히 빗소리가 들린다.

어느새 빗소리가 더 굵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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