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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복 Nov 30. 2021

다시 쓰는 마음 26

두 번째 수업을 끝내고

작가 교육원에서의 두 번째 수업이 끝났다.

벌써 두 번째라니!! 시간이 너무 빠르다.

두 번째 수업의 과제는 시놉시스를 쓰는 일있은데, 시작도 안 했는데, 막막- 하다.

막막- 하다 라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는 게, 근래의 나는 그 어떤 것도 쓰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렇게 끄적끄적 대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즙이란 즙은 다 짜려고 해 봐도, 나오지 않는 거다.     

이미 다 짜버린 즙 때문인지, 안에 남았는 줄 알았던 찌끄래기 마저도 안 나오는 걸 보니, 이런 걸 보고 뭐라고 하더라? 그것도 기억이 안 난다.     

나는 실은 단막극, 단편 소설 이런 짤막한 글들을 잘 쓰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긴 글을 잘 쓰느냐?

그것도 아니다.     

미니시리즈가 공모전이 많아서 대체로 미니시리즈 위주로 공부를 했었기 때문이기도 한데, 대체로 단막은 너무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차라리 긴 글, 미니시리즈처럼 16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는 글이라면, 내가 해야 할 말, 안 해도 되는 말을 마구 잡이로 써도 16부작 안에서 다 끝내면 되지만, 단막은, 내가 꼭 해야 할 말들, 그러니까 주인공이 겪는 사건 하나라를 위주로 구성을 해야 하는 데, 나는 솔직히 그게 너무 어렵다.     

말을 간추리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

나는 말을 길게 하는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나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많거나 동갑이거나 하는 친구들에게도 항상 말을 길게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그렇고......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줄 때 다들 표정이 안 좋은 이유가 내가 교장선생님 같은 말발을 지니고 있어서라고 생각하니 조금 웃프다.     

이제는 말을 줄여서 해야 하는 데...

어떻게 된 게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더 먹어감으로써 계속해서 말이 늘어나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내가 말이 많아진 이유는 혼자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은 혼자 있을 때도 나는 나 스스로에게 종종 말을 거는 데, 이게 또 웬만해서는 잘 안 하는 일들이라서, 그런 것 같다.     

매장에 조용히 혼자 있을 적이면, 괜스레 혼자서 “ 어 혼자?” “ 응 혼자”. 이러면서 혼자서 역할극 하면서 노는 데, 이유는 근래 들어서는 말할 사람이 별로 없어서 인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나의 말에 잘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사실, 심지어 가족들까지도, 그런 생각이 들어서 결국엔 입을 다물게 되었는 데, 생각,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잠깐의 대화도 필요했는데, 그게 나와의 대화 시간이었고, 혹은 글 쓰는 시간이 된 것뿐이었다.     

이제는 그 정리의 시간들에서 얻어낸 것을 글로 옮겨야 하는 데.

어렵다.     

어떻게 하면 단막극을 잘 쓸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들로 밤을 지새우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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