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순복 Dec 07. 2021

다시 쓰는 마음 30.

스터디

생애 첫 스터디의 날, 무얼 할지 정하지도 못했는데, 일단 줌이라는 걸 통해서 스터디원들과 만났다. 

처음은 늘 그렇듯 기대와 설렘, 그리고 엉망진창의 시간들이 혼재되어 나타난다.

이름과 얼굴은 알지만, 우리의 글쓰기 마음가짐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날.     

나는 입술이 바짝 마른다.

작법서는 두루 읽어보았지만, 내 실력은 없다.

책은 그냥 책일 뿐이고, 기억에 남는 건 없다.

머릿속은 늘 그렇듯 하얗게 변해버리고, 의욕만 앞선 마음은 여전히 아무런 말이 없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를 곰곰이 생각한다.

내가 글을 쓰는 건...... 

그냥...... 글을 쓸 때면 마음속이나 머릿속의 하찮은 생각들과 잊히지 않은 고민들이 사라져서 라고나 할까? 그리고 좀 행복한 기분도 든다.     

글을 쓸 때면, 기분이 나쁘지도 슬프지도 않다.

뭔가 정리가 되고, 조용해지고, 고요해져서, 이걸 써야 풀릴 것 같은 기대마저 들어서 쓰고 또 썼던 것 같다.     

그래서 글쓰기를 놓지 못하는 것 같다.

누군가는 인세를 많이 받는 작가라든가, 시청률이 좋아서 회당 수천만 원, 수억을 받는 작가라든가 해야 반드시 성공한 거라고 하지만.     

나는 그냥 쓰는 게 좋은 사람인 것 같다.

쓰다 보면 언젠가는 다른 길이 열릴지도 모르고, 적다 보면, 다른 곳에 갈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도 가끔은 해본다.     

하지만 그런 마음은 이내 기대로 변하고, 기대는 큰 실망을 주기고 한다.

실망할게 뭐가 있다고.

애초부터 제대로 된 글을 써본 적이 뭐가 있냐고, 스스로 반문하고 자책하고 맥주 한 캔을 시원하게 마시고, 매운 떡볶이를 먹고, 대창 전골에 밥을 볶아 먹는다.     

길을 걷고, 책을 읽고, 다시 노트북 앞에 앉는다.     

그러면 기대했던 마음들이 어디론가 숨어 버린다.


처음부터 다시.     


항상 글을 쓸 때면 처음부터 다시.라고 외치면서 마우스의 커서를 물끄러미 보고 있다.

노려보는 게 아니라, 그냥 가만 보고 있으면서 써야 할 글에 대해서 고민한다.

눈앞에 서너 권의 책들을 멀뚱히 쳐다본다.

앞으로 써야 할 것들에 대한 자료들과 보아야 할 책들이 뒤엉켜서 책들도 나를 보는 기분이다.     


스터디원들과 어색했던 첫 만남을 뒤로하고, 회의 나가기를 하면서, 내가 써야 할 글들에 대한 고민도 더 커진 것 같다.     


하지만 항상 그랬듯이 결국엔 다시 자판을 두드리고 있겠지. 나는.


지금처럼.          

작가의 이전글 다시 쓰는 마음 2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