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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복 Dec 07. 2021

다시 쓰는 마음 31.

혼자 있을 때

서점에 혼자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무도 없는 서점에 혼자 있을 때면 음악을 잠시 꺼두고, 조용히 매장 안에 앉아서 책들을 본다.      

빛이 잘 들어온다는 이점과 강점 그리고 책에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는 나의 서점은 벽면이 온통 시멘트로 되어 있어서 작은 소리에도 울림이 심한 편이다.     

그래서 혼자 있을 땐 되도록 음악을 끄고, 바깥문을 닫는다.     

서점에 사람이 있을 땐, 사람들의 목소리가 그들의 대화에 방해가 되지 않게 음악을 일부러 틀어둔다. 

때로는 그들이 대화가 그들 스스로에게 불편함이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음악은 그럴 때 불편함을 해소해서 그들이 오롯이 그들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목소리가 울리면 대화를 할 때 사람들 스스로가 조용조용 나지막하게 말하는 데, 실은 내가 불편해서 음악을 틀어둔다.     

본의 아니게 타인의 대화를 듣게 되면, 귀가 그쪽으로 쫑긋! 하고 세워지는 경우가 가끔 있다. 물론 모른 척 하지만.     

내가 들어서 그들의 이야기를 어딘가에 전하지는 않지만, 혹여나 하는 의심을 살까 봐 나 스스로 조용히 음악의 볼륨을 켜 두고, 책들이 그 소음 중간에 껴서 그렇게 나를 편안하게 해 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에게 별 관심이 없지만, 소리들은 공명하고 돌고 돌아서 누군가의 귀에 들어가면 가끔가다 아주 좋은 안주거리가 되기도 하고, 무언가 모를 찝찝함을 주기도 하기 때문에, 나는 그저 가만히 앉아서 음악에 귀 기울이고, 책에 눈을 고정시킨다.     

하지만 사람이 없을 땐, 음악을 끄고, 서점에 집중을 한다.

눈을 돌리지 않아도 사방 군데에 서점이라서 책이 있다.

그리고 내가 읽어야 할 책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눈이 벌써부터 무거워지는 경우도 있다. (웃음)      

그러나 책들과 빛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사이로 들어오는 따듯한 기운은 굳이 음악소리가 필요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없는 서점에서 사람을 기다리며 음악을 끄고, 바깥세상의 소음에 귀 기울이기도 하고, 차를 내려 마시고, 책을 보고 다시 시선을 빛에 주기도 한다.     

빛은 다양하게 움직이면서 이곳에서 저쪽으로 이동한다.

그러면 어느새 날이 저물고, 빛 대신에 어둠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서점의 불을 켜고, 난로에도 불이 환하게 붙으면 그제야 밤이 되었음을 안다.     

밤의 서점은 또다시 적막이다.

사람이 없을 땐 이곳이 세상 끝인 양, 불이 켜진 서점에서 나 홀로 서점 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 움직이며, 다음 책은 어떤 걸 들여와야 하나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결론이 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지금 있는 책이 다 팔리면 다시 다른 책을 채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도 하고, 지금 있는 책이 언제나 다 팔리려나 하는 간절한 마음도 생기고, 어떨 땐, 다 팔리면 이사를 가야 하나? 더 넓은 곳으로? 하는 꿈도 꾼다.      

그래서 내리지 못한 결론이 허다하다.     

내 서점의 책이 없어지고, 나도 없어지는 날들을 상상하면 조금 슬프기도 한데, 또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하다.      

서점은 그렇게 빛이 나기도 하고, 어둡기도 하다가, 내가 문을 잠그고 나가면, 자신들만의 세계로 홀연히 혼자 남아 있는다.      

그리고 다시 다음날이 오면 나와의 삶을 이어가준다.     

조용한 서점 안.

빛과 책들 사이에서 고요함이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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