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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복 Dec 09. 2021

다시 쓰는 마음 32.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음

예전에 나는 감정의 기복이 굉장히 심한 사람이었다.

좋은 일 하나에 급격하게 기분이 업 되었다가, 나쁜 일 하나에 바로 다운되는 그런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감정의 기복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쁜 것도, 슬픈 것도, 혹은 기분 나쁜 것도, 즐거운 것도 지나가는 한때라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요즘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자신을 잘 어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가 갖지 못했던 날 것의 감정들을 드러내 주어서 재밌기도 하다.     

나는 대개 화가 많이 난 상태로 지냈는데, 이따금씩도 그런 감정들이 솟구쳐 올라오고는 한다.  그럼에도 그 감정들을 잘 다스리려 얼음물을 입안 가득히 머금거나 뜨거운 차를 마신다.     

그러면 조금 나아지는 걸 느낄 수 있다.

아마 나름의 감정 조절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들 중에 이 방법이 가장 나아서 나는 그렇게 하는 것 같다.     

일터에서 화가 나면 그 감정을 조절하기란 쉽지는 않다.

특히나 나 같은 서비스직에 최적화된 몇 평 안 되는 공간 안에서 계속해서 나에게 그 감정을 만들어준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 물론 내가 만든 감정이고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이라고 내 딴에는 탓을 하려는 마음에... 이렇게 부른다)  부딪혀야 하고 부대끼다 보면... 이내 화가 계속해서 머릿속 와 마음속을 떠돌아다니는 데, 그걸 진정시키기란 조금 힘들었다.     

거기에 요즘은 서점에 오시는 손님들 중에서 결이 맞지 않으시는 분들이 나에게 주는 감정적 힘듦도 있는데 그것 또한 그 손님을 노려(?) 보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고, 노려보다 보면 내 눈만 아프니, 물을 마시거나 차를 마시는 방법을 택한 건데, 이게 의외로 효과가 탁월하다.     

전에도 말했지만 우울은 수용성이라고 한다.

우울은 감정이니, 감정은 수용성이라는 말로도 나는 쓴다.     

내 감정을 내가 다스리지 않으면 누가 다스려? 하고 마음과 머리로는 알지만, 실은 그걸 실생활에 적용하려면 아마 대부분은 종교에 귀의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종교인들도 화를 내지만, 우리가 겉으로 아는 종교인들의 이미지란 온화함, 유순함,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림 등으로 표현이 되지 않던가?     

나의 감정은 실은 잘 다스려지지 않고, 남의 감정은 잘 다스리라 쉽게 말할 수 있는 아주 보통의 인간들인 우리는, 아니 나는 그래서 요즘엔 차를 마신다.

서점을 차린 후로는 메뉴가 茶(차)라서 차를 대개 마시는 데, 차는 뜨거운 물로 우려서 마시는 거라서 그런지 감정을 사그라 뜨리는 데 굉장한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물론 나는..!!     

뜨거운 차를 작은 찻잔에 따라서 여러 번 나누어 마시다 보면, 어느새 쿵쾅거리던 심장도, 윙윙거리면서 내 귀를 울리던 소리들도 모두 사라진다.     

차 내음과 나만 그 공간에 남아서 감정들도 모두 사라지고, 공간 안에 있는 차를 마시는 나만 남는다. 그러면서 곰곰이 생각한다.     

내가 느끼는 기분이 무엇인지.

어떤 날은 죄책감이고, 어떤 날은 분노고, 어떤 날은 화고, 또 어떤 날은 절망이다.

감정의 스펙트럼은 다양해서, 어떤 감정인지 분명하게 인지를 하게 되면, 연달아 느끼게 되는 다른 감정들을 상쇄시킬 수 있다.     

대개 우울하다거나, 기쁘다거나 하는 감정들에는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들이 존재한다.

기대감으로 인한 실망에서 오는 우울함과 슬픔...

좋았던 순간들에서 오는 행복에 더불어 밀려오는 허망함...      

감정은 다양해서 하나의 감정으로만 오지 않고, 여러 개의 이름을 달고 우리를 졸졸 쫓아온다.

그 졸졸 쫓아다니는 무리들이 문제다.

차를 마시다 보면, 그 무리들을 몰아내고, 내가 집중했던 단 하나의 감정만 남는다.

그리고 그 감정을 천천히 거두기 시작한다.     

한 번에 되지는 않는다.

굉장히 여러 번 나누어서 행해야 하는 일이기에, 정신적인 소모도 많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래야 다음번에 그 감정에 맞설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렇게 여러 번에 나누어서 하다 보니, 이제는 어떤 감정에는 잘 속지 않을 때가 있다.

그리고 그 감정을 잘 몰아내는 내가 되기도 한다.     

나는 오늘 어떤 감정일까?

그리고 그 감정에서 나오는 다른 감정들은 어떤 것들일까?     

다양하게 이름을 달고 줄줄이 사탕처럼 몰려서 나오겠지만, 당연하게도 나는 천천히 그들을 몰아내기 시작한다.     

오늘 하루를 그 기분으로 망쳐서는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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