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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망 Nov 04. 2021

배우기 위해 헤매는 날들

입사한 지 꼭 일 년이 됐다. 글에 관련된 업무 경력만 따져보자면 벌써 이 년 반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리 오래 일하지는 않았지만, 일하는 내내 그런 확신이 있었다. 여전히 내게 글 쓰는 일이란 설레고, 더 잘하고 싶고 더 배우고 싶은 일이는 것.


지역 신문에서 일했던 일 년 반, 그 사이 몸도 마음도 지친 채로 종일 영화를 보고 글을 쓰며 버텼던 수개월. 그리고 편집디자인 회사 기획자로 근무했던 일 년을 돌아보았다. 내 부족함을 여실히 느끼는 동시에 많이 배우고 채울 수 있었던 나날이었다.


지역신문사에서 일하면서 내가 사는 지역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얼마나 많은지 알게 됐다. 많은 이들이 치열하게 토론하고, 경쟁하고, 서로를 응원하고 토닥이면서 바쁜 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며 내가 살던 세상이 얼마나 작은지 새삼 실감했다. 지금이나 그때나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그런 사람들을 인터뷰이로 만나는 순간이다. 어떠한 분야에서든 주목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은 그 자체로 배울 점이 있었다.

  

스무 살이 된 이후로 한 번도 제대로 쉰 적이 없다는 생각에(그렇다고 뭔가를 제대로 해본 것도 아니지만) 수개월간 집에 있던 시간도 있었다. 하루 한 두 편씩 영화를 보며 나를 돌아봤고, 지금까지도 도움이 될 만큼 시야를 확실히 넓힐 수 있었다.


그 시간을 지나 지금은 편집디자인 회사에서 기획자, 원고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기자가 아니라 기획자로 불린 지 벌써 일 년이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어설프고 부족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만큼 회사를 통해 채워나갈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좋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를 공부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글도 쓸 수 있다니. 자주 벅차서, 설렐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배우고 싶은 이상은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시 지역신문사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시 편집디자인 회사에 가고 싶지 않을 때까지만 일하면 좋겠다. 무 먼 곳을 보면 막막하니까, 이 정도면 됐다고 훌훌 털 수 있을 때까지만 버텨볼 생각이다. 그러다 또 다른 일이 하고 싶어지면 나는 또 적당히 흘러가겠지만 아직은 유효한 마음을 좇을 거다. 나의 일 년을 생각하며 소소한 축배를 든다. 일 년. 이제는 좀 알 것 같으면서도 자꾸 헷갈리는 시기,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과 더 나아가는 것, 그 갈림길에 위치한 시기. 그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 좀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을 담아 며칠간의 다짐을 기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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