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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망 Oct 18. 2021

생명은 당연히 당신 마음 같지 않다

막연히 강아지와 함께하는 삶을 상상하면, 아마 같이 발맞추며 산책하는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SNS 속의 반려인의 삶은 어쩐지 행복하기만 할 것 같다. 입을 벌리고 헤- 웃는 강아지는 귀여우면서도 든든해 보인다. 집에 종일 있어도 지루할 틈이 없을 것 같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영원한 내 편이 되어줄 것이란 생각으로 강아지를 집에 들일 것이다.


먼저 강아지를 입양해 기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런 생각으로 강아지를 데려와도 될지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에겐 그렇게 말해주곤 한다. 생각보다 아주 많은 시간과 돈과 정성이 필요하다고. 아무리 분리불안 교육을 해도 무리 생활을 하는 강아지에게 혼자 있는 시간은 불안할 수밖에 없으니 집에 언제나 사람이 있는 편이 좋다. 병원비나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도 생각보다 크므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정성껏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아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이 산책해야 하고, 아픈 티를 좀처럼 내지 않으니 늘 신경을 기울여야 하고, 자주 다양한 방법으로 교감해야 한다. 위에 작성한 사항 중에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다면 절대 데려와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문제는 이렇게 만반의 준비나 각오를 하고 데려와도 절대 처음에는 수월하지 않다는 거다. 그들도 생명인지라, 감정이 있고, 양보하지 못하는 부분이 존재하고, 크고 작은 트라우마가 있다. 또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나 생활하는 방식이 인간과는 다르다. 그러니 한 생명을 들이기 전, ‘우리’가 되기 위해 맞춰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렇게 다른데도 강아지가 오랜 시간 인간과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열린 마음으로 학습하는 동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신호를 알아차리려고 노력하고, 무리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자 한다. 그러니 우리도 충분히 학습해야 한다. 우리는 이렇게 생활한다고, 최소한 이런 것을 지켜줬으면 한다고 차근차근 일러주어야 한다.


          

처음에 데려오면 겪을 수 있는 일들

한 번 파양된 경험이 있는 훈련소 출신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왔다. 훈련소에서 어찌나 체계적으로 생활했던지, 그의 몸에는 기본적인 예의범절이 배어 있었다. 아침 여섯 시에 칼같이 기상해서 나를 내려다보았고, 산책할 때도 나와 철저하게 발맞추어 걸었다. "안 돼"라고 말하면 하던 일을 멈추고 가만히 기다릴 줄 알았다.


그러나 다 초보 집사만 모인 우리 집에서 계속 예쁨만 받아서인지 어느 순간 도가 지나친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동생의 머리를 입으로 쥐어뜯거나(...) 장난치는 아빠의 손을 물어버리기도 했다. 어느 정도 배변을 가린다고 듣고 데려왔음에도 낯선 환경이어서 그런지 계속 실수를 했다. 늘 새로운 곳에 소변을 보았다. 이불에 싼 적도 있었고, 주방 발 매트는 닦고 닦다가 결국 치워버릴 수밖에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원인 모를 식분증이 생겨서 변을 싸자마자 바로 치우지 않으면 먹었다.

    

일련의 과정을 한 달 동안은 겪었던 것 같다. 나보다도 더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던 동생은, 강아지와 잘 지내고 싶은데 자신의 말을 너무 듣지 않는다며 울었다. 엄마도 우리는 동물을 키우는 데 재능이 없는 것 같다며, 데려온 곳에 다시 데려다주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조심스레 꺼냈다. 나를 제외한 모든 가족이 한 번씩 포기를 생각했다. 가족들이 계속해서 힘들어하는데 억지로 참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불편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많이 알아보고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모든 일이 그렇듯 시간과 노력이 그 상황을 해결했다. 배변 패드 위에 간식을 뿌려주면서 패드와 친해지게 만들고, 패드 위에 올라갔을 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칭찬했더니 배변을 가리기 시작했다. 식분증은 하루에 산책을 두세 번씩 했더니 고쳐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실외 배변을 하는 강아지가 되었다.(진짜 강아지에겐 산책이 최고다.)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해 애먹었던 상황들도 차차 그들의 언어를 배우면서 나아지게 되었다.   


입양 전에 공부하고, 빠르고 영리하게 해결책 찾기

지금 돌이켜 보면 그렇게 큰일은 아니었다. 충분히 있을 법했으며 헤쳐나갈 수 있는 일들이었는데도 당시에는 아무 정보가 없으니 무척 당혹스러웠던 것 같다. ‘만약 변하지 않는다면 이대로 버틸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쉬는 시간조차 말 통하지 않는 생명과 대치해야 한다는 피로감도 컸다. 분명 그랬지만, 그 시기를 지난 뒤 강아지가 가져다준 행복은 어디에도 비할 수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사람을 무는 등 사랑으로 덮을 수 없는 문제가 있다면 최대한 빨리 고쳐야 한다. 허나 그 방법도 절대 폭력적이어서는 안 된다. 내가 널 데려왔으니 내게 복종해야 해, 라는 생각에서 불행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내 행복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행복을 가져다주는 존재에게 다시 어떤 행복을 돌려줄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화내고 윽박질러서는 무엇도 해결되지 않는다. 다양한 문제와 그에 따른 해결책에 관해서는 이미 많은 전문가의 자료가 공개되어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회사에서도 처음 몇 달은 인턴 기간을 거치듯, 다른 세계에 똑떨어진 그들에게도 좀 시간을 줬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미리 많이 공부하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서로를 이해하는 시기가 온다는 것이다. 옳은 방법만 찾는다면 비로소 찾아올 행복은 길다.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들이는 순간 당신이 그의 세상일 테니까. 오늘도 모든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서로를 믿으며 잠들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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