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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열음 Jan 22. 2022

미래를 미리 알면 갑갑하겠죠



 스물 아홉을 코앞에 둔 지난 12월 중순에 나는 친구와 함께 타로를 봤다. 그간 타로를 보고 싶다는 친구를 따라가서 얌전히 앉아 구경만했기때문에 인생 첫 타로였다. 지금까지 친구를 따라다니면서 단 한 번도 타로를 보지 않은 이유는 단순하다. 질문할 게 없어서였다. 카드를 뽑고, 타로 결과를 들은 다음에,


“궁금한 게 있나요?”


라고 질문이 날아오는 그때 말이다. 그때 꺼낼 질문이 없었다. 에이~ 질문 없으면 없는대로 질문 없다고 넘어가면 되지 않나, 싶지만 아무래도 “허헣, 질문 없는데요…”라고 하기에는 기분이 좀 그랬다. 게다가 특별히 타로를 보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이따금 친구가 타로 보는 것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어서 나도 타로를 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2월에 드디어 타로를 보게 된 것이다. 마침 친구와 내가 비슷한 시기에 퇴사를 하게 돼서, 이렇게 된 거 둘 다 이직운을 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질문거리가 마땅치 않은 것은 여전했는데 친구의 제안에 나는 그러자고 대답했다. 아주 작은 도박을 하고 싶었다. 타로는 내가 뽑은 카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좋은말을 들을 수 있을지, 그 반대가 될지 알 수 없다. 만약 내게 한줌의 운이라도 남아있다면 좋은 얘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연말의 운 테스트 같은 거였다.

가벼운 척 포장했지만 실은 막연하게 좋은 말이 듣고 싶었다. 한줄도 제대로 채우지 못한 경력과 나에 대한 불신은 주변에 터놓기엔 몹시 사소하고 가벼운 고민처럼 여겨졌다. 나를 전혀 모르는 누군가에게라도 큰 의미 없이 좋은 말을 들으면 좀 나아질 것 같아서 그러자고 했다. 못 들으면 뭐. 어쩔 수 없지. 그렇게 가벼운 기대와 작은 불안을 안고 타로를 봤다.

다행히 결과는 좋았다. 이직운 자체가 좋았고, “능력을 인정 받아 이직을 수월하게 될 것”이라는 특히 듣고 싶었던 말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이직운 보다도 능력을 인정 받는다는 말이 위로가 됐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일하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들은 말인데도 그랬다. 그게 조금 신기했다.

그리고 대망의 “질문 있어요?”에는 잠시 머리를 굴려 겨우 질문 하나를 끄집어냈다. 다음 직장에서는 좀 오래 다닐 수 있을까요? 어렵사리 쥐어짜낸 질문은 또 다른 물음으로 돌아왔다.


“가까운 미래를 미리 알면 좀 갑갑하지 않겠어요?”


그러게. 무얼 기대하고 물어봤더라. 나는 잠시 멍하게 상대를 바라보다가 아무래도 그렇죠, 하고 동조하면서 웃었다. 이후에는 다른 방향으로 내 질문에 답이 되어줄만한 얘기를 들었다. 한참 얘기를 듣다가 그런 생각을 했다. 타로라는 게 단순히 미래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하고 오락거리로만 즐기는 게 아니구나. 질문거리가 없는 것은 여전해서 다시 보게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재밌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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