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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열음 Apr 09. 2022

스트레스를 덜어내는 법?


     쓰기 괴로운 말이지만 써야겠다. 나는 동전 노래방이 좋다. 얼마나 좋아하냐면 방금 동전 노래방(이하 동어쩌구)을 쓰고 마음이 괴로워져서 잠시 천장을 올려다봤을 만큼 좋아한다. 코로나 19가 시작되기 전에는 보통 회사 일로 힘들 때나 마음이 괴로울 때 갔다. 아니지. 꼭 힘든 순간이 아니어도 시간이 나면 동어쩌구에 갔다. 카페에서 글을 쓰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시간이 남으면 곧장 동어쩌구에 가는 식이었다. 동어쩌구에 가서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나면 마음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노래를 실컷 부르고 동어쩌구를 나설 때 살짝 잠긴 목의 따끔거리는 느낌과 잠깐이지만 속이 깨끗하게 비워지는 순간이 몹시 좋았다. 마음만 먹으면 곧장 동어쩌구에 갈 수 있던 때였다.

동어쩌구에 가지 못한지 아주 오래됐다. 지금의 나는 동어쩌구에서 3시간짜리 콘서트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하고 싶다. 시켜만 주세요. 누군지 모를 이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울고 싶다. 아주 아주 간절하다. 목청껏 노래하고 시끄러운 머리와 마음을 깨끗하게 비워내고 싶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세요? 동어쩌구에 가지 않기로 한 후에 나는 누구든 붙잡고 묻고 싶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고래고래 노래를 불러서 물 위로 올라오는 게 가능했던 때를 돌아보니 내게서 동어쩌구를 빼고 나면 이렇다 할 스트레스 해소법이 없었다. …어쩌지?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이야기에 몰입해 현실에서 한 발 떨어지는 것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게다가 새로운 책은 매번 쏟아져 나오고, 내가 보지 못한 이야기는 아주 아주 많다.

새로운 노래를 찾아 듣기로 했다. 이전에 즐겨 듣지 않았던 팝송 위주로 찾아 들었다. 자주 듣던 노래와 분위기부터 달라서 확실히 기분이 전환됐다. 새로운 노래를 수집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림을 그려 보기로 했다. 부담을 내려놓고 사진을 쫓아 종이 위에 선을 그으면 사위가 고요해졌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그러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핸드폰만 보면서 누워있는 날을 맞았다. 문장은커녕 글자 하나를 읽기도 부담스럽고, 새로운 노래를 찾는 행위 자체가 피로로 다가왔던데다 그림은 그릴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아침을 알리는 알람이 울리면 알람을 끄고 다시 눈을 감았다. 잠이 깨서 정신이 맑은 아침에도 굳이 굳이 다시 잠을 청했다. 오후에 눈을 뜨면 허리가 비명을 질렀다. 또 돌아왔네.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는데 몸이 그대로 기억하고 돌아왔어. 그렇게 얼마간 시간을 흘려보냈다. 머리가 팽팽 돌아가다가 녹아내렸고, 마음은 종일 어지럽다가 텅 비기를 반복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의 소설 광고 콘텐츠가 눈에 들어왔다.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니 마음이 가서 애용하는 서점의 장바구니에 책을 담았다. 담은 김에 책을 더 둘러보고 몇 권의 책을 주문했다. 그러고 나서 고개를 들면 책장에 꽂힌 책이 보였다. 아. 책 읽고 싶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나는 동어쩌구를 주기적으로 찾았을 때 동어쩌구를 나설 때마다 느꼈던 후련함이 스트레스 해소의 감각이라고 생각했다. 시끄럽던 속이 가라앉는 느낌. 무언가를 토해낸 듯 시원하게 밀려오는 후련함 같은 것들. 책을 읽고 노래를 듣고 그림을 그리면서 느끼는 감각과는 완전히 다르다. 후자는 훨씬 더 잔잔하다. 고요하고 섬세하다. 분명 이쪽도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텐데 잘 모르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운 채 보낸 시간 때문에 헷갈렸다. 나와 마주 앉아서 대화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헷갈릴 것 없이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있을 텐데.



생각해보니 우리가 대화하게 된다면 나는 분명 걔(나)한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너 대체 뭐가 문제야?


그럼 걔(나)는 나를 째려보면서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겠지. …최악이다. 순간 머리가 지끈거리고 마음이 서늘해졌다.  이번 이야기를 화제로 삼아서 만나지 않는 편이 좋겠다. 대신 내 마음을 천천히 톺아보면서 내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또 내게 어떤 방법이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지 알아가자. 가능하면 초조한 마음은 내려놓고, 더 가능하다면 꾸준하게 이어나가면서 말이다.


물론 제일 좋은 방법은 동어쩌구를 마음 편히 가게 되는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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