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 페이지에 도전해본 적이 있다. 모닝 페이지는 간단하게 말하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노트를 펼쳐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줄줄 써 내려가는 것이다. 아마 별 의미 없이 핸드폰을 뒤적이다가 발견했을 것이다. 그즈음의 매일 밤 쓰던 일기는 불성실을 향해 달려가는 길목에 있었기 때문에 그날의 일과를 시간순으로 나열하는 데 그치고 있었다. 때마침 눈에 들어온 모닝 페이지는 그날의 무언가와 전혀 연관이 없었다. 그 때문에 나는 모닝 페이지가 주간열음 소재를 얻기에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당장 노트를 펼쳐 모닝 페이지, 다섯 글자를 쓰고 별표를 왕창 친 다음 인터넷에 모닝 페이지에 대해 검색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학노트를 샀다.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머릿속에는 이미 대학노트 몇 권을 모닝 페이지로 꽉꽉 채운 내가 글을 막힘 없이 술술 써 내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 내일부터는 모닝 페이지를 시작으로 달라지는 거야.
부푼 꿈을 안고 눈을 감으며 곧 찾아올 아침을 기다렸다.
모닝 페이지를 이틀-정도 썼나? 3~4페이지를 겨우 채운 대학노트가 방안을 굴러다녔다. 작심삼일의 3일도 채우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가만 생각해보니 낯설지 않다. 그러고 보니 최초의 네이버 블로그 챌린지도 그와 비슷하게 허망하게 끝을 맺었다. 그때의 블로그 챌린지는 2주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블로그에 일기를 쓰면 네이버 페이 포인트로 16,000원을 줬다. 나도 대기업에서 16,000원을 받아내 책을 사겠다는 소박한 목표를 안고 블로그 챌린지에 도전했다. 결과는 참 빠르게 나왔다. 블로그 챌린지 3일째 되던 날 밤, 나는 챌린지 자체를 잊고 맥주와 함께 즐거운 밤을 보냈다. 이틀만의 실패는 제법 서글펐다. 손에 쥐어본 적도 없는 대기업의 16,000원도 아깝긴 했지만, 그보다 더욱 허망했던 건 “이틀” 그 자체였다. 일주일도 아니고, 3일도 아니고, 고작 이틀 만에 도전 자체를 잊고 해이하게 굴다가 실패해버렸다는 사실이 몹시 창피했다. 블챌, 오늘 일기 해시태그를 달고 있는 두 개의 게시글은 아직도 비공개 상태로 블로그에 남아있다.
비슷한 실패가 반복되는 일만큼 나를 갉아먹기에 좋은 재료가 없다. 하지만 다행히도 현재 진행 중인 주간일기, 주간열음은 지난 1월 중순부터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 매주 업로드 직전에 급박한 글쓰기를 하고 있지만 어쨌든 이어지고 있다. 앞선 모닝 페이지나 블로그 챌린지 외에 내가 이뤄온 수많은 실패를 완전히 다 덮진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을 만큼 주간열음은 내게 용기를 주고 있다. 매주 쓰레기 같은 글을 쓰는 것 같은데, 누구도 궁금하지 않을 얘기만 해대는 것 같은데, 지난 주간열음을 쭉 돌아보면 그래도 꾸준했다는 사실에 위로받는다. 그리고 주간열음은 이번에 내게 또 다른 선물을 줬다.
지난 6월 6일부터 네이버 블로그 #주간일기_챌린지 가 시작됐다. 습관처럼 블로그에 들어왔다가 뜬 팝업창을 시큰둥하게 바라보다 깨달았다. 나는 이미 주간일기를 매주 쓰고 있다. 챌린지에서 요구한 양식에만 맞추면 자연스레 챌린지에 참여하게 되는 셈이었다. 6개월간 휴재 한번 없이 매주 주간일기를 올리는 게 부담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절반 정도 성공했던 일이라 생각하니 자신감이 붙었다. 이번 주엔 또 어떤 소재로 글을 써야 하나 머리 싸매고 고민하던 게 무색할 만큼이었다. 아마 남은 6개월 동안 다 때려치우고 휴재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는 날이 많겠지만 어쩐지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6개월간 매주 쉬지 않고 글을 올리는 작업만으로도 글을 쓰는 근육에 보탬도 될 터였다.
여러모로 손해 볼 게 없는 챌린지다. 6개월 뒤에 맥북 프로나 아이패드 에어에 당첨되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