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주간열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열음 Aug 06. 2022

여름의 단면은 투명해서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 후기


     영화관에 가야겠다 -  결심한  나는  편의 영화를 예매했다. **에서 조조로   보고, ***으로 넘어와 점심을 간단히 먹고 남은  편을  계획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영화도   보는 사람이  그런 터무니없는 계획을 세웠나 싶지만, 그땐 마음이 급했다.  편의 영화가 시일 내에 내려갈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기우였지만.

그런 이유로 그날 나는 두 편의 영화를 보게 된다.

그중 조조로  영화가 바로 〈썸머 필름을 타고!〉다.*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했다.


〈썸머 필름을 타고!〉짱.

내 인생 영화.

매년 여름에 본다.

일찍 볼걸!

나도 포스터!


화면 너머로 사라지는 크레딧을 보면서 눈물을 훔쳤다. 정말 좋았다. 영화의 어디가 좋았냐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좋았다.

영화의 시작은 이렇다. 〈썸머 필름을 타고!〉의 주인공 맨발은 사무라이 영화를 좋아하는 고등학생이다. 축제 때 영화부에서 상영할 영화를 뽑는 투표에서 탈락한 후 친구들을 따로 모아 그의 영화 〈무사의 청춘〉을 찍기로 한다. 그러던 중 영화관에서 〈무사의 청춘〉의 주인공에 제격인 린타로를 만나고, 그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영화 제작에 들어간다.

영화를 찍는 맨발은 참 행복해 보였다. 너덜너덜한 시나리오를 쥐고 킥보드가 찍고 있는 화면을 응시하는 눈이 매서웠다. 장면 하나를 두고도 여러 각도에서 오랫동안 고민했고, 또 왜 사무라이 영화를 좋아하게 됐는지 얘기하는 장면에서는 꼭 사랑에 빠진 사람 같은 눈을 했다. 그 애정이, 열정이 참 부러웠다.



     고백하자면, 영화를 보면서 두 번 울었다. 한 번은 린타로가 맨발을 쫓아와 감독님이 아니면 안 된다고 외쳤을 때, 남은 한 번은 맨발과 린타로의 라스트 씬이다. 나는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썸머 필름을 타고!〉를 보면서 운 이유를 모르겠다. 그 순간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마음만 떠오른다. 영화가 좋다고 온몸으로 외치는 그 애들이 부러워서 그랬는지, 그 장면을 보는 내내 참 벅찼다.

나는 예전부터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사람이 좋았다. 내가 갖지 못한 기질이라 부러웠던 것 같다. 그 마음은 지금도 여전해서, 무언가에 열렬히 몰입하는 사람, 열렬히 사랑하고, 열렬한 그 마음을 다하는 사람이 좋다. 영화를 보는 맨발의 눈은 늘 깊었다. 맨발과 마찬가지로 사무라이 영화를 좋아하는 린타로는 너도 (사무라이 영화 시나리오를)써보지 그래, 라는 맨발의 말에 저는 팬인 걸요, 라고 답했다. 그랬던 린타로가 미래에도 영화가 있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하게 된 것은 분명 맨발의 그 눈 때문일 것이다. 서로 검을 맞대고 눈빛을 나누는 두 사람은 어느새 같은 눈을 하고 있다. 그게 참 좋았다.


그와 별개로 가장 마음이 갔던 캐릭터는 킥보드였다. 사무라이 영화를 보는 맨발을 따라 함께 영화를 보고, 맨발이 쓴 시나리오를 읽고 좋았다고 피드백해주는 친구. 실은 천문학 동아리 소속에, SF 소설을 즐겨 읽는 친구. 킥보드의 시선은 언제나 맨발을 향하고 있어서 맨발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맨발 본인보다 먼저 알아챘다. 린타로와 맨발의 라스트 씬을 촬영하며 눈을 반짝이던 킥보드의 얼굴이 선연하다.



     사실 〈썸머 필름을 타고!〉를 본 후기를 쓰고 싶지 않았다. 영화를 본 직후에도 그랬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영화를 복기하면서 글을 쓰려고 했을 때도 감상을 쓸 수 없었다. 영화는 너무너무 좋았는데,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도 줄줄 말할 수 있는데, 왜 좋았는지 생각하면 말문이 막혔다. 기어코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썼다. 제일 처음의 감상을 가능한 온전하게 남겨두고 싶어서 그랬다. 시간이 좀 흐른 후에 이 글을 반가워하며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를 생각해 좀 더 직접적인 감상을 남겨보면,


좋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

〈썸머 필름을 타고!〉를 한 번 더 보고 싶다.





* 그날   편의 영화  나머지 하나는 〈헤어질 결심〉이다. 재미있었냐면, 지금 집으로 각본집이 오고 있다.

+ 표지의 이미지는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의 스틸컷




매거진의 이전글 내 통장을 노리는 당신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