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진리G~
오늘도 밤 9시쯤, 옷방의 거울 앞에 앉아, 같은 드라이기로, 어제와 비슷한 자세로 , 그제와 비슷한 바람 세기로 머리를 말렸다.
언제나처럼 머리가 육십 퍼센트쯤 말랐을 때 드라이기를 껐고, 문뜩 인생이 참 쳇바퀴 같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와 오늘이, 오늘과 내일의 짜임새가 살짝 바뀔 뿐, 하루에 끝은 항상 우리 집 드라이기와 함께 한다.
어제와 오늘 먹은 음식의 메뉴만 달라질 뿐, 오늘 마주친 사람과 내일 마주칠 사람이 달라질 뿐.
오늘의 난 어제와 같은 시간에 일어나, 무언가를 먹을 것이며, 누군가를 만나고, 내일도 오늘과 같이 머리를 말리고 침대에 누울 것이다.
인생의 틀은 변함이 없고, 짜임새만 달라지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고,
계속될 이 삶이 어쩌면 너무도 지루하겠다 느껴졌다.
그렇다면,
지루한 삶에,
정해진 틀과 같은 우리의 삶에,
그제가 어제와, 어제가 오늘과, 오늘과 내일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내 삶에
나와 우리는 왜 이렇게 열심히며, 소중히 아끼고 가꾸는 것일까?
인생이라는 같은 틀에서 살아가는 나와 같은 사람들 때문이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매일 다른 짜임새로, 다른 짜임새를 가진 사람들과 마주하며,
그들 때문에 얻는 행복함, 설렘, 고통, 분노, 짜증, 열등감, 사랑, 미안함 때문에,
어쩌면 지루해질 수도 있는 내 인생이 더 값지게 느껴지고, 더욱더 소중히 여기게 되며,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인것은 아닐까?
그것도 아니라면, 쳇바퀴 같은 인생에서 가끔은 어긋나는 발걸음 때문일까?
예상치도 못한 걸음이 선사한 너무나도 소소하고 작은 행복 때문은 아닐까?
언제가 만날 생각지도 못할 행복을 위해, 나는 똑같은 인생의 틀을 계속해서 걷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것도 아니라면,
그냥 세상이 인생이 지루해질 때쯤 큰 엿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인생의 틀은 똑같지만, 참 예상치도 못한 뭣 같은 일은, 예상치도 못한 행복만큼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큰 엿을 최대한 예쁘게 봉합하기 위해 열심히인걸 수도 있다.
난 오늘도 이런 생각을 하며 언제나처럼 육십 퍼센트쯤 머리를 말리고 드라이기를 끈다.
드라이기 코트를 뽑으며, ‘어제와 같은 오늘도 끝이 났네’라는 생각으로 드라이기 줄을 정리한다.
그리고 어쩌면 지루한, 어쩌면 설레는, 어쩌면 고통스러운, 어쩌면 새로운 내일을 기대하며 침대에 오른다.
머리를 말리며 인생의 진리를 조금은 알아버린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