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8년 지기 친구
8년 지기 친구가 어젯밤 우리 집에 놀러 왔다.
난 그녀를 위해 페트병 소주 한 병과 나를 위한 무알콜 맥주를 준비했다.
10시부터 우리는 각자의 속도에 따라 술을 마셨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벽의 농도가 짙어져 감을 느꼈다.
페트병 소주의 사분의 일 정도를 마신 나의 친구는
나른하게 풀린 눈으로 말했다.
“사랑 참 별거 아닌 거 같아”
난 그녀의 말의 의미를 체 다 이해하기도 전에 그녀의 말에 동감했다.
그러고 나서 그녀의 말을 곱씹었고, 다시 그녀의 말에 동감했다. 의미를 담은 공감이었다.
맞다. 사랑 참 별거 아니다.
‘좋아해’라는 말로 한순간 시작되었다, ‘안녕’이란 말로 순식간에 끝이 난다.
사랑이 위대하다지만 사랑만으로 세상을 바꿀 순 없다.
영원할 것만 같은 사랑은 지금 내 곁에도, 내 친구 곁에 없다.
그리고 우린 그 영원할 것만 같은 사랑을 잊고 또 다른 사랑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 사랑은 또다시 한순간에 시작될 것이고, 그 사랑이 내 곁에 영원할 것이란… 나도 모르겠다.
맞다. 사랑 참 별거 아니다.
하지만 어젯밤 우린 별거 아닌 사랑에 대해 5시간 넘는 이야기를 나눴다.
왜 사랑이 별게 아닌지 우린 참으로 깊고 깊게 이야기를 나눴다.
아침이 되었고, 일 때문에 아침에 일찍 나간 그녀는 없었다.
그녀가 잔 이부자리를 정리하며 다시 곱씹어봤다.
진짜 사랑이 별것 아닌 걸까?
우리는 그렇다면 왜 사랑에 대해 우리의 모든 새벽을 쏟았을까?
어젯밤에 함께한 그녀의 술잔과 나의 술잔을 치우며 생각했다.
소주 사분의 일을 마신 그녀의 눈이 술 때문에 나른해 보였던 건지,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을,
그녀의 단 하나의 말로 끝내버림에 미안함에 시작된 공허함인지 잘 모르겠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
정말 사랑이 별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