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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지 Sep 16. 2020

시간에 대하여

이상하다 너.




시간은 참 이상하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나. 침대에 누워 재미있는 영화를 볼 때는 무섭게도 빠르게만 지나가면서, 플랭크를 하며 새는 30초와 강의를 듣는 1시간은 세상 천천히 흐른다. 여행을 떠나기를 기다리는 1주일은 더디게만 흐르고 여행을 떠난 1주일은 빛과 같은 속도로 지나간다. 고등학교 3년은 30년처럼 흐러더니, 대학교 4년은 4초처럼 흘렀다. 붙잡고 싶을 땐 떠나고, 떠나라고 할 땐 눈치 없이 버티고 서있는다. 보이지도 않는 주제에 아주 나를 쥐락펴락한다.


시간이 흘러 매년 나이를 먹어 갈 때마다 '시간'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된다.


도대체 시간은 무엇일까?

왜 상대적으로 흐르는 것일까?

왜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이 무서울까?

그렇다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잘 보냈다고 할 수 있을까?




시간은 도대체 무엇일까?


시간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다. 존재라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시간은 존재하고 있다기 보단 인간이 느끼는 어떠한 것이다.


보이지 않는 시간을 인간이 느끼는 이유는 바로 우리는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끝이 존재하기에 그 끝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나간다고 느끼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내가 죽지 않는 무한한 존재였더라면 시간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오늘과 내일의 개념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유한한 공간에서 끝이 없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얼마나 무료한 삶일까? 오늘과 내일의 구분이 없는 삶은. 유한한 존재가 되고 싶다가도 이 같은 생각은 시간을 느끼는 지금의 나에게, 시간이 흐르는 것에 안타까움도 느끼고, 그 속에서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무한한 나의 존재에 감사하게 된다.


그럼 이 같은 시간은 왜 상대적으로 흐를까?


나는 아인슈타인과 같이 물리적 이론에 근거해 어려운 수학식을 대입해가며 시간의 상대성을 설명할 수 있는 머리는 없지만, 내가 경험한 것에 기초해 내린 결론은 이렇다.



길고 짧은 길


새로운 길을 걸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길이 익숙해졌을 때쯤 다시 그 길을 걸으면 대부분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 길이 이렇게 짧았나?'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길을 걸을 때는 앞으로 남은 길이 얼마나 남았으며 어떤 길이 펼쳐질지 예측할 수 없다. 모든 것이 새롭게 처음 겪어보는 것이기 때문에 그 길이 길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몇 번 그 길을 이용해 친숙해지면 더 이상 그 길이 새롭지 않게 된다. 좌회전을 하면 큰 나무가 있을 것을 알고, 큰 나무를 지나쳐 횡단보도를 건너면 나의 목적지가 있을 것을 안다. 그렇게 익숙해진 그 길은 처음 걸을 때처럼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도 이와 같은 이치이지 않을까?

사람들은 '나이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흐른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나 조차도 20대 때 나의 시간이 10대 때의 시간과 다르게 너무 빠르게만 지나가 매일매일 그 속도에 놀라고 있다.


10대 우리가 만나는 세상은 새로운 것들로 가득했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 처음 들어보는 음악, 처음 느껴보는 감정, 처음 보는 아름다움. 익숙한 것보다 새롭고 낯선 것들을 보고 경험한다.

하지만 20대가 되면 10대 때보다는 익숙한 세상을 마주한다. 한 번쯤 먹어본 음식, 한번쯤 들어본 음악, 10대 때 느껴본 감정. 새로운 것보다는 경험해 본 것들 경험한다. 이처럼 우리가 살면서 쌓아온 경험치는 우리 삶을 예측하게 하고, 예측 가능한 삶은 예고편처럼 휘리릭 지나가기에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는 것 아닐까? 마치 우리가 길을 처음 걸었을 때보다 나중에 걸었을 때 그 길을 더 쩗게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시간을 의식하기 시작한 순간 그렇지 않았을 때 보다 빠르게 지나간다.


10대 때는 시간을 의식해 본 적이 없다. 시간에 쫓기지 않았고, 흐르는 시간을 붙잡고 싶지도 않았다. 시간이 흐르는 대로 살았다. 아침이 되면 일어나 학교를 가고, 하교 시간이 되면 하교해 친구들과 놀고, 밤이 오면 잠을 잤다. 그때 내게 시간은 주어진 것, 흐르는 당연한 산소와도 같은 존재였다. 단 한 번도 시간을 의식하지 않았고, 시간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20대 중반에 들어서자 점점 시간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빠르게만 지나가는 시간이 느껴졌고, 그런 시간을 붙잡고 싶을 때가 많아졌다. 시간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아깝기만 한 시간을 일초라도 버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루를 계획했다. 나노 단위로 쪼개가며 시간을 보낼수록 시간은 나노 단위처럼 지나갔다. 의식할수록 시간은 더 빠르게만 흘렀고, 의식할수록 난 시간에 얽매히기 시작했다.


나는 왜 시간에 압도당하면서 까지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을 두려워하는 걸까?


그 답은 아마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나이를 먹을 것이고, 나이를 먹을수록 나의 가능성은 줄어들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잠재능력을 발휘할 가능성. 새로운 것을 아무런 두려움 도전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더욱더 시간과 지금의 나의 젊음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잘 보냈다고 할 수 있을까?


26년간 겪어본 시간은 항상 똑같은 메시지를 내게 던져준다.


좋든 싫든 시간은 흐른다.


시간이 내게 알려주듯 아무것도 안 하고 흘려보내든, 나노 단위 쪼개가며 숨 바쁘게 지내든 시간은 똑같이 흐를 뿐이다.


어차피 흐르는 시간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살아가는 것이다.

너무 욕심을 부려 시간에 끌려가는 삶을 살지 않는 선으로. 또 그렇다고 무의미하게만 흘려보내 시간이 지나 지금을 생각했을 때 후회하지 않을 선으로 말이다.


시간은 참 이상하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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