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지만 '한국'살이.

스탭으로 사는 법(feat.악덕업주)

by 염기쁨

나는 여행을 하면 보통 호스텔, 에어비엔비, 호텔을 선호한다. 한인민박은 거의 가지 않는 편이며 한식이 가끔 그리울 때 즈음에 들리는 편이다. 몇 년 전 프라하에서의 여행을 했을 때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한식이 그리워 서둘러 민박을 찾았는데, 그때 한인민박에 대한 꽤나 즐거운 기억을 가지고 있어서 한인민박 스탭을 해볼까- 하고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경비를 줄이고자 물가가 싼 프라하 한인민박에 스탭으로 들어갔다.


스탭을 하면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프라하에서는 숙식('식'은 거의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침만 제공되는 경우가 태반)을 제공하기 때문에, 집값이 비싼 프라하에서 남은 경비로 좀 여유롭게 지낼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에 따르는 변수는 항상 존재한다.


보통 한인 민박에 있는 스탭은 두 부류로 나눠진다.

무급 스탭과, 유급 스탭.


무급 스탭들은, 청소는 하지만 체크인을 안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청소시간이 지나고 나면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어 비. 교. 적 편하다.
유급 스탭은 조식을 하는 경우도 있고, 체크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비. 교. 적 자유롭지가 못하다.


그리고 내가 한 홍보 스탭.

홍보 스탭이란, 가봐야 할 곳의 리스트들과 , 집행 비인 소정의 돈을 받는다. 그 리스트가 적혀있는 곳을 가보며 솔직 후기를 블로그에 매일매일 남기는 일을 한다.

어떻게 보면 맛집과 유명 명소를 가야 하기 때문에, 여행을 하며 즐기기엔 제일 좋은 스탭 같기는 하나, 나름 집순이인 나로서는 매일 나가는 것이 나에게는 크나큰 일로만 느껴졌다.(아마 매일 나가기 좋아하는 성향+블로거를 해보고 싶다-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경비를 줄이면서 놀기에는 제일 나은 스탭일 것이다.)


어쨌든 내가 언급한 스탭들은 숙식(아까도 언급했다시피'식'은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을 제공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 여행을 하다가도 스탭을 하며 경비를 줄이거나, 충당하기도 한다.


스탭을 구하는 게시판에는 '여행하면서 돈을 벌고 싶은'이라는 달콤한 문구들로, 경비를 줄이려는 배낭여행자들을 현혹시킨다. 그런 공고들에 보면 "생각하는 거랑은 전혀 다르네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사절입니다."라고 적혀있는데, 지금 가만히 다시 생각해보면 생각하는 거랑은 다른 이유가 있다.


'여행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은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해야만 한다. 사장들의 입장은 다르겠지만, 보통 유급스탭의 경우는 체크인을 받아야 하는데 손님들이 거의, 대부분, 항상 있기 때문에 청소가 끝난 이후에 밖에서 있다가도 체크인 시간이 되면 다시 숙소로 돌아와야 한다. 그럼 그 시간만 갔다가 다시 나오면 되지 않느냐, 라는 사장님들의 말를 빌려서 말하자면, 그건 스탭 입장에서는 개소리다. 왜냐하면 체크인을 4시에 한다고 해도 3시에 오는 사람이 있고 또는 5시에 오는 사람도 있으며, 아예 시간이 바뀌어 10시에 오는 사람도 있다. 미리 얘기를 해주면 참 좋은데, 당일에 돼서야 아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손님을 예고치 않게 하염없이 기다리다 보면 하루가 간다. 체크인이 없는 날을 보고 놀러 갈 생각에 들뜨다가도 당일 손님을 받는 경우는 어떤가, 계획은 틀어지고 발이 묶여버리고 만다. 그러니 결론적으로 여행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돈을 받거나, 여행을 하거나.

둘 중에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거다.


하지만 공고에는 아쉽게도 그런 소리는 해주지 않는다. 많은 민박업주들은 스탭들의 편의를 봐준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그리고 수많은 스탭들의 말을 들어 봤을 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


스탭끼리 모여서 하는 얘기는 비슷하다. 자기 민박에 대한 얘기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탭들은 자신의 민박을 추천하지 않는다. 손님들에게는 평점이 꽤나 좋은 민박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민박 사장의 뒷담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인지?(이유를 알 수 가없다.)스탭들끼리 못 만나게 하는 사장도 있다.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면 스탭의 숙박비와 식비를 다 포함한다 하더라도 노동시간에 비해 대부분의 민박이 최저시급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탭들을 대할 때는 항상 직원처럼 대한다.

'직원'이길 바란다면 그에 맞는 합당한 급여와 근무조건을 충족시키고 직원처럼 대하는 게 맞지 않을까. 추가로 '직원'을 뽑는 공고에서는 '여행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은'같은 문구는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유급 스탭도, 무급 스탭도, 또 다른 스탭도 다 결국에는 여행자이지 직원이 아니다.


스탭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별의별 사장님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명령만 하는 사장, 인격을 모독하는 사장, 쉬는 시간에도 연락이 오는 사장, 아침에 남은 밥을 먹었다고 뭐라 하는 사장, 결벽증이 있는 사장, 여자 손님에게 치근덕되는 사장, 다녀간 손님들을 욕하는 사장, 손님이 쓴 그릇들을 설거지하라는 사장, 등 너무 이상한 사장들이 많아서 나열하기도 어렵다. 이런 곳에 있으면 해외에 있지만 작은 한국 회사가 아닐 수 없다.

어쩌면 더할지도 모른다.


사장님들과의 입장이 다를 수가 있으나, 스탭을 해보지 않은 사장들이 어떻게 스탭의 마음을 안 다는 건지...?


이번 체코 살이에서, 한인 민박에서 2달간 경비를 아끼겠다고 스탭으로 지내기는 했지만, 문득 후회가 드는 순간들이 생긴다. 특히나 어떠한 문제가 생겼을 때는 더더욱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다른 민박과 비교했 때 그. 나. 마 좋은 민박에서 있었기에 다행인 건가 싶기도 하고?

뭐,어쨌거나 2달 동안 스탭으로 살기- 좋으면서 좋지 않은 경험이었다.


해외에서, 여행을 와서, 작은 한국살이를 할 바 에는 돈 내고 손님의 입장으로 있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경비가 모자라, 그 나라를 충분히 보지 못했다면 다음에 또 와야지- 하는 행복한 소망이 생기는 것이기도 하니까.


3년 전 처음으로 한인민박 스탭을 해볼까 생각했던 나에게, 동행이었던 친구는 그거는 노동착취-라며 나를 뜯어말렸던 기억이 난다. 현실을 마주하니 노동착취라는 말이 과장까지는 아니라고 생각이 드는 지금.

민박 스탭으로 있으면서 내가 돈을 많이 벌어 민박을 차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내가 사장이 된다면,

나는 공평하게 스탭에게 월급을 줄 거고(내가 굶는 한이 있더라도) ,스탭들에게 무조건 휴가를 줄 거고, 아침밥은 손님들이랑 같이 먹게 할 거고, 쉬는 시간에는 연락하지 않을 것이며 잘한다면 뽀너스도 주는 그런 사장이 될것이다. 과자박스도 한아름 사놔서 언제든 먹을수 있게 그렇게 해놔야지. 근데 그렇게 되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겠지. 현실은 어려울수도 있지만,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한인민박 #스탭으로사는법 #악덕업주



*스탭의 입장에서만 썼기 때문에 민박 업주들과의 말은 다를 수 있습니다.

(세계에는 좋은 민박업주도 많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