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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기쁨 Sep 20. 2019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하는 이유

단기 여행과 장기여행의 차이점을 말하라고 하면, 현실에 대한 두려움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단기 여행을 할 때는 현실을 피해 도망 나오듯이 나왔지만, 장기여행은 내가 돌아가서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고민도 같이하게 된다. 떨어져 가는 잔고를 보며, 행복은 돈과 비례한다는 말을 가끔씩 실감하기도 한다. 매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지만, 사무치게 외로울 때 도 있다.


책을 쓰고 싶어서 글을 쓰고 있지만, 이 글들이 책으로 출판이 될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과연 내년의 나는 여행작가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 또한 밀려온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실은 맥 빠지는 말을 하며 사기를 꺾는 사람들도 있으며 , 너무 이상적인 삶을 꿈꾸는 것은 아니냐며 충고 아닌 충고를 하는 사람과, 나를 다른 유명한 작가와 비교하며 나는 기준에 못 미친다며 면박을 주는 이도 있었다. 

이런 말을 들으면 나름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했던 나 또한 흔들리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관두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만남과 헤어짐에 반복인 여행에서 얻게 되는 소중한 인연들과, 여행지에서 느꼈던 특별한 기억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여행 취향이 비슷한 동행들을 만나서 3일 내내 웃다가 목이 쉬었던 순간, 

스리랑카에서 삼백 원을 내고 탔던, 문이 없는 버스에서, 창 너머로 보이던 꾸미지 않은 풍경들을 보며 감탄했던 순간,  밤에도 더웠던 날에는 수영복을 입지 않은 채로 바다로 뛰어들었던 순간, 하늘을 빨갛게 물들이는 노을을 보며 살아있음에 감사했던 순간, 잼배 소리와 장작이 타고 있는 소리가 배경음악이 되던 사막에서, 떨어지는 별똥별들을 보며 행복함을 느꼈던 순간,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 바닷속에서 지나가는 물고기들을 보며 따듯함을 느꼈던 순간까지.


수많은 순간들이 추억이 되어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는 선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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