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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기쁨 Sep 21. 2019

느리게 여행하는 걸 좋아합니다.

#스위스, 루체른에 왔다.


나의 여행 스타일은 유독 느리다.한국에서 걸을 때는 그렇게 빠른 걸음걸이가 여행을 시작하면 유독 느려진다.


걸음걸이만 느려지는 게 아니다.보는 것도, 먹는 것도, 말하는 것도 평소에 비해 유독 느려진다.

걷는 순간이 즐겁고 그 시간을 조금 더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 그날의 느낌과 분위기를 한껏 느끼기에는 빠른 걸음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코로를 끝내고 도착한 스위스.

독일, 바덴바덴에서 부터 취리히를 거쳐서 넘어온 플릭스 버스는 루체른에 와서야 내가 스위스에 왔구나 실감했다. 


스위스에서 가장 사랑하는 도시, 루체른. 버스에 내리자마자 카펠교를 찾았다.

이탈리아에서 산 유심은 터지지 않아서, 구글 지도를 켠 채로 3년 전 표시해두었던 카펠교를 향해 걸어갔다. 

큰 케리어 하나와 백팩을 메고 10분을 걸으니 보이는 다리. 다시 봐도 파아란 호수와 잘 어울린다. 

'넌 여전히 예쁘구나.'


그리고 주변에 있는 집들과, 그에 맞는 빨간 배경의 스위스 국기. 

모든 게 변함없이 3년 전과 그대로였다. 다른 점이 하나가 있다면, 나는 나이를 더 먹었다는 것이다. 


카펠교 건너편에서 주변을 한참을 둘러봤다. 사진도 원하는 만큼 마음껏 찍었다.

호수에 있는 백조와, 새끼오리들, 관광지임을 확실히 알 수 있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

어딘가 바쁘게 가고 있는 사람들, 호수 근처에 앉아서 피자를 먹는 사람들,  버스를 기다리며 영상통화를 하는 사람과 옆에서 폰을 보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 또는 사랑하는 사람과 (연인 혹은 친구) 함께 웃으며 얘기하고 있는 사람들,. 언어를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서있는 곳에서 그 분위기를 마음껏 느꼈다.


이런 분위기를 더 느끼고 싶어서 나는 유독 느려진다. 그렇게 느리게 느끼다 보면 시간도 조금은 느리게 갈까 바라며,



3년 전의 루체른은 굉장히 흐렸던 기억이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를 맞으며 친구와 떠들던 기억이 선명했는데, 이번의 스위스는 해가 쨍쨍한 날씨다. 햇빛을 마주하며 다시 한번 생각한다. 

그때의 나도 이렇게 행복했을까.  


내 내답은 " yes."  다

또 다른 행복이었겠지만, 행복했고, 행복하다. 


'오길 잘했구나.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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