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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기쁨 Sep 23. 2019

스위스 '한달살기' 시작/스위스에 친구가 있다는 것은

 #1 그녀에 대해 소개합니다.

1.


그녀를 처음 만난 날, 교환학생들만 모이는 파티였던 걸로 기억난다. 서로 할 줄 아는 언어는 영어 하나뿐이라, 타국에서 온 우리는 빠르게 친해졌다.다들 제 각국에서 왔기 때문에 질문은 매번 똑같았다


"what is your name?" 

“where are you from?”


그때 어디에선가 금발에 푸른눈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여자애가 나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고, 나는 한국, 그녀는 스위스라고 대답했다. 고등학교 때는 스위스 하면,하이디와, 요들송밖에 몰랐었는데, 나는 요들송을 따라 하며 "이 스위스?"라고 묻는 나에게 호탕하게 웃으며 답했다.-실제로 스위스에는 하이디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우유가 있다 :) -


“맞아, 맞아”


지금 생각해보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을 법한데, 나에게 웃으면서 답한 이 친구는 나의 베스트 프렌드가 되었고, 그렇게 많은 추억을 함께 만들었다. 그게 첫 만남이었던 우리는, 이상하게 급속도로 친해졌고 다른 지역에, 학교도 달랐던 우리지만 주말에 놀러 가서 슬립오버도 꽤나 많이 한 것 같다. 그렇게 그녀와의 1년의 추억이 다시 그녀를 찾게 만들었고, 고등학생이 아닌 어른인 나로 다시 스위스에 오게 되었다. 


나의 첫 번째 스위스.

스위스 하면 다들 가는 필수코스들이 있다. 다들 알고 있는 알프스 산맥의 융프라우, 하지만 나는 웃기게도 그런 곳엔 가보지도 못했다. 스위스에 있던 약 10일 정도의 시간 동안 친구와 함께 보냈다.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좋아하지 않는 친구는, 나를 아주 아주 사람이 없는 곳으로만 데려다 주었고 함께 찍은 사진으로 멋진 사진첩을 만들수 있었다. 


그녀에 집에서, 옛날에 찍었던 사진을 꺼내며  “이때 기억나?, 이때는?”

“우리 비행기도 같이 몰았잖아” 하며 한참을 떠들며 웃었었다. 딱 어렸던 17살의 우리처럼.


그렇게 나는 그녀의 친구들 생일파티에 가기도 하고, 그녀의 생일에 요리(콜라닭, 콜라만 부으면 해결되는 마법의 요리)도 만들었으며, 그녀가 다녔던 대학교에도 갔으며,  가족저녁식사에 초대 되어, 핸드폰으로만 만나던 그녀의 가족들을 실제로 만나게 되었다. 어렸을 때와 다른점이 하나 있다면, 그녀는 더이상 고등학생도 아니고, 대학을 졸업했으며, 결혼을 했다는 사실.


그게 벌써 삼년 전이다.


다시 방문한 스위스, 이제 그녀는 엄마가 되었다. 



2.

엄마로서 마주하는 그녀는 너무나 달랐다. 내 눈에는 정말 슈퍼우먼 같았다. 훨씬 홀쭉해진 모습에 살이 많이 빠진것 같다고 말을 건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내 아이가 다 가져갔어"라며 웃어 보였다.

엄마가 되는것은 쉽지 않다고 말하는 그녀, 너무 행복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초반은 너무 힘들어서 많이 울기도 했다고 했다. 이렇게 보니 모든 엄마들은 똑같나보다.


이제 약 9개월이 된 아이, 그렇기 때문에 그녀도 꽤 많이 적응을했다. 출근을 한 사이 남편이 아이를 보며, 일에서 돌아오고 나서는 어지러진 집을 정리하고 요리까지 하는 그녀가 나는 굉장히 멋있어 보였다.


"어떻게 그렇게 다 할 수 가 있는거야?"

"나도 못할줄 알았는데, 엄마가 되니까 가능한거 같아."


엄마, 이 한 단어는 나라에 상관없이 많은 의미를 담는다. 


3.


오늘은 그녀의 생일이었다. 나는 스위스에 방문할때마다 그녀의 생일을 함께한다. 바로 휴가 기간이기 때문. 오늘은 아침부터 부지런히 일어나 함께 식재료를 사러 나갔다. 삼년만에 다시 찾은 스위스에서 같이 자전거를 타며 슈퍼에 가는길 곧곧에 추억이 묻어있었다. 같이 사진을 찍은 곳, 같이 춤을 춘 곳, 같이 맥주를 마신 곳, 같이 넘어진 곳 까지 그런 추억들은 우리를 웃게 만들었다. 그렇게 떠들며 도착한 슈퍼, 이리 저리 둘러보며 무슨 음식을 준비할지 고민하다, 나는 한국음식을 만들어 주겠다고 해버렸다. 요리도 못하는 내가 말이다.

그래도 유일하게 잘 할수 있는 음식이 하나 있어서, 얼른 카트에 계란과 햄을 담았다. 약 20명이 온다는 파티에 내어 놓을수 있는 음식, 바로 계란말이. 


그렇게 한 바퀴를 도니, 카트는 금방 가득 찼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에 서 있을때 보이는 먹구름들. 우리는 서로 마주봤고 설마 비가 올까? 라고 말을 하는 순간 번개가 쳐, 웃어버렸다.


삼년 전 오늘, 그녀의 생일 파티, 우리는 그날도 같이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 가는길에 하늘은 너무 맑고, 들판은 너무 푸르러 한껏 스위스의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던 나였는데, 돌아오는 길에는 갑자기 비가 너무 쏟아져서 비바람을 뚫고 집으로 돌아가야했다. 비를 쫄딱 맞고나서는 이 순간을 기념을 하겠다고 카메라를 찾아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삼년 후 인 오늘, 웃기게도 또 비가 왔다.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비를 함께 맞았다. 그러고선 그녀는 나에게 이렇게 말을 건냈다.


"너와 나는 내 생일에 같이 나오면 안될꺼 같아. 돌아가는 길에 항상 비가오네"

"얼마나 좋아?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생겼어" 


나는 웃으며 답했다. 비오고 흐린 오늘이지만, 기분은 맑음이다. 






#한달살기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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