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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기쁨 Nov 08. 2019

한 달 살기 11개월 차, 무엇이 변했을까.

'또 다른 나' 만나다.

요즘 들어 생각이 부쩍 많아졌다. '한 달 살기'라는 테마로 10개월 이상을 여행 중인데, 이전과 다른 나의 모습들을 마주하면서 놀라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며 행복하기도 하다. 과연 이 생활이 다 끝나면 나는 한층 더 성장해 있을까-

한 달씩 지내며 나는 서툴지만 칼질을 하게 되었고, 새로운 언어에 관심이 생겼으며, 물을 좋아하게 되었다. 나를 담는 사진을 좋아했다면, 풍경을 담은 사진 또한 즐기게 되었고, 영상도 찍으며 카메라에 꽤나 익숙해졌다. 나와 '다른'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요령을 터득했고, 아니라고 결정 난 것에 너무 아쉬워하지 않기로 했으며 끈기 있게 무엇을 해보자는 도전정신이 생겼다. 어떤 일이든 쉴 틈 없이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하루 종일 방 안에서 넷플릭스와 친구 하기도 좋아한다. 이유 없이 무기력하고 우울한 날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름의 메뉴얼이 생겼고, (이것은 꽤나 큰 수확이다) 예전에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즐겨했다면, 나의 곁을 지켜준 사람들에게 시간을 더 쏟게 되었다.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의 말은 골라 듣고, 이상을 짓밟는 말에는 동요하지 않기로 했으며, 화가 올라올 때는 일주일 뒤에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일주일 뒤면 나의 감정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있었다) 이미 벌어진 일에 후회하지는 않되, 아쉬움을 가졌다면 두 번째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도시보단 자연을 더 사랑하는 줄 알았지만 그만큼 도시 또한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예전보다 지금, 더욱 사소하고 적은 것에 감사할 줄 알게 되었다.


이 외에도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나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고, 많이 달라진 것도 같다.


이건 굳이, 한 달이라는 시간 때문에 알게 된 건 아니지만, 한 달 동안 각 나라에서, 다른 생활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느낀 대략적인 생각들이다. 한국을 떠나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했다는 사실이 좋으며,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제는 어디에서도 잘 지낼 수 있을 것만 같다.


* 치앙마이에서 조그맣고 귀여운 주방이 생기고 나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은, 나는 꽤나 요리를 좋아한다는 점이다. 설거지는 무척이나 하기 싫어하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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