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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기쁨 Dec 09. 2019

여행을 하며 드는 생각들

인간관계 외 여러가지

1.


친구 집에서 보이는 노을  풍경,

나는 지금 여행 중이다.

그리고 스위스에 와있다.

어떻게 보면 여행으로 온 거라고 할 수 있지만,

나는 친구네서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물가가 굉장히 비싸다고 하는 스위스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친구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네가 아무것도 안 할 수 있어서 기뻐. 하루에 100프랑씩 내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스위스에 있기에는 너무 아깝잖아? 우리 집은 공짜니, 언제든 내 집에 머물러도 좋아" 


나는 오늘 아무것도 안 했다. 


2.


인스타를 보다가 갑자기 문득 대학 때 친구의 스토리를 보게 되었다.

그 친구는 지금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대학 때는 꽤나 친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 수록 연락하기는 더욱 어렵고, 정말 오래된 친구들과도 삶을 나누기란 쉽지 않다.

그런 그녀의 생활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은 그녀의 인스타 스토리였다.

그녀의 생활이 나에겐 사소한 감동이었으며,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이상했다. 그냥 노을 사진이었을 뿐인데, 나의 위로가 되다니.


그러면서 바래본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는 삶이 되길. 


3.


대학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나의 대학생활을 생각해보면 많이 어렸고(사실) 꽤나 복잡했다.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며, 그때 그(그녀)는 왜 그랬을까? 생각해봤다.


누군가에 의해 마음이 어려웠던 그 순간이 지금 나의 한 추억이 되어 웃음을 띄게 한다는 사실이 퍽 반가워

그때 그랬던 이유는 어려서였다고 단정 지었다. 


+그러나 웃긴 사실은 나는 여전히 어리다는 거다. 

[28세. 염 기쁨] 분명 여전히 어리다. 



4.


살아가면서 누구나 다 상처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자신과 똑같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나 또한 상처를 받았었지만, 동시에 나도 상처를 입혔다. 내가 칭찬으로 던진 말이, 누군가에겐 욕으로 들릴 수도 있으며 호의를 베풀었지만, 상대방에게는 불편할 수 도 있다.  슬프게도 우리는 다들 피해자이며 동시에 가해자이다. 




될 인연은 그렇게 몸부림치지 않아도 이루어진다- 라는 말은 날이 갈수록, 나이가 들수록 와 닿게 됐다.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이다. 조금은 어렸을 적 나는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을 많이 느꼈었다. 정이 많은 탓에 어쩔 때는 사람을 미워하는 게 잘 안돼서 힘들 때가 있었다. 반대로 그냥 그렇게 넘기면 되는데 그게 잘 안돼서 힘들기도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 보니 그럴 수 있었다는 게 참 축복이었다.


나이가 한 살 한 살 많아지면서, 정이 많았던 내가 그리워진다. 이제는 그냥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인드가 장착돼서 그런지, 정을 주다가도 끊는 것이 쉬워진다. 내가 받았던 상처는 진작에 아물고 나았다. 이제는 내성이 생겨 쉽게 상처가 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상처 받은 이들 또한 아물고, 내성이 생겼기를 바란다. 그렇게 받은 상처를 안고 살기엔 우리는 너무 소중하며,  지금 이 시간도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참으로 뻔한 말이면서 중요한 말이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인연이라는 게 신기해서, 닿지 않을 것 같아도 닿는 인연들이 있다. 끈이 닿아있는 인연들은 지금도 여전히,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닿아있다. 그 인연의 끈도 언젠가는 끊어질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됐든 사람들은 닿으면 닿는 데로, 닿지 않으면 닿지 않는 데로 살아간다. 그 쉬운 사실을 어렸을 적 나는 왜 알지 못했을까. 그러면서도 끊어진 인연에 절절히 아파하던 나를 떠올려본다.


아주 어렸고, 귀여웠고, 배운 게 있으니 나에게 참으로 필요했던 순간이었을 거다. 



5.


나는 여행을 하면서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여행뿐만 아니다. 어디에서나 중요한 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그 어디에서든.) 


물론 모두 다 각자 다른 여행을 하고 있지만, 나는 사람 만나는 걸 굉장히 선호하는 편이다.

여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느끼고 배우는 것들이 있으며

나와 닮은 사람을 찾으면 그 사람에게 푹 빠져, 아주 빠르게 친해지기도 한다.


여행을 하면서 어제 만난 친구가 수많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가장 친한 친구가 될 수 도 있고

꽤 오랜 시간을 알아왔지만, 나와 다름을 느끼며 멀어질 수 도 있다. 

멀어지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와 다르기에 그럴 수 있음을 인정하고,

지금의 나의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을 뿐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나와 함께 해주는 이들에게, 한번 더 고마움을 느낀다.

고마워요. 더 잘할게요.


6.


나는 생각보다 탄성이 좋은 삶을 살고 있다.

무너지더라도 올라오는 속도가 빠른 편이다. 

사람들이 묻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실은 나도 잘 모른다.


단지 나쁜 기억보단 좋은 기억을 더 많이 할 뿐이고,

충분히 아파하고 이해했다면, 다음을 기약하며 나아갈 뿐이다. 


나의 삶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인간관계였다.

가족, 친구, 애인, 직장동료 등 인간관계는 언제나 어려웠다.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는 힘들었고

믿었던 사람이 등을 돌릴 때는 아펐고 또 아팠다.

무너졌다. 상처였으니까. 이별이었으니까. 


정말 아팠다.


하지만 더 이상

어려웠던 인간관계가 어려워지지 않았다. 

아팠던 인간관계가 아파지지 않았다. 


나에게 집중하고, 나와 대화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졌다. 

다른 사람에게 의지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괜찮아졌다. 상대방이 이해가 됐다.

인관 관계라는 벽을 이제는 조금 더 쉽게 넘어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관계에 있어, 내가 잘못한 게 있다면 사과를 하면 되며,

그게 아니라면, 그 상황에 대해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 것. 


그러니 이제는 그런 상황이 또 올지라도, 

괜찮다. 

-

너희들과 함께라서 좋은 오늘,

꽤나 좋은 인간관계를 가졌다고 느끼는 지금.

자전거를 빌려 다 같이 동네를 돌았다. 너희들과 함께여서 즐거웠어. 



7.


생각해보면 언젠가 나는,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나서 

갑자기 집에서 혼자 있고 싶어서 약속을 취소하고 넷플릭스를 본 적이 있다. (친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유는 모른다. 그냥 나도 모르는 변덕이었다. 


아마 다들 그런 변덕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런 것처럼 그 누군가도 변덕을 부리고 싶었을 수도 있으며

내가 모를 뿐, 사람들의 행동에는 그들만에 타당한 이유가 숨겨져 있을 수도 있다. 

다들 그럴 수 있다. 나도 그런 것처럼.


혼자 여행을 하면서 좋았던 점은 그 변덕을 맘껏 부려도 좋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 변덕쟁이다. 

집 앞에 있는 산에 오르려고 했지만, 침대를 선택했다. 



8.


매번 여행하면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난다.

그렇기에 여행에서 친해진 몇몇이 나에게는 평생 알고 지낸 친구처럼 편한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같은 고민을 나눈다. 장소와, 시간에 상관없이 말이다.


영국, 런던에서 친해진 친구와 오늘도 고민을 나눴다. 

우리는 런던에서 친해졌지만, 나는 스위스에 있고 그녀는 반대편인 미국에 있다.


" I am here if you need me :)" 

너가 날 필요로 하면 항상 나는 여기 있어.


고마워- 언제나 어디에서나.



9.


꽤 많은 사람들이 물어보더라. 어떻게 여행을 하고 있냐고.

대게 그렇듯이 일을 관두고 여행을 시작한다. 나 또한 그렇다. 

사람들은 말한다. 한국에서 반듯한 직장을 관두고 여행을 시작한다는 것은 꽤나 큰 용기라고.

하지만 그 큰 용기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왜냐면 나의 용기는 그리 크지 않았으니까. 


나에게 있어 용기란, 

단지 누군가에게 단정 지어진 '나'로 살고 싶지 않았으며,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었다.


그래서 나는 하루하루 바라본다. 조금 더 단단해 지기를. 


+

아, 물론 직장을 관두란 말이 아니다. 관두지 않아도 좋다.

어디론가 떠나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떠나지 않아도 된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 다만 오늘 하루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곳이 바로 여행지일 테니까.


누군가 그랬다

'기서 복할 것' 


여기서 행복하자. 


오늘의 행복은 바로 집 앞에서의 피크닉.


10.


나에게 행복이란 크지 않다. 

맛있는 걸 먹거나, 예쁜 걸 보면 행복하다.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해보자면 내가 '좋아하는 것'과 관련돼 있을 때 행복을 느낀다. 


최근을 생각해보면 

요리를 잘은 못하지만 막상 하고 나서 예쁘게 담겨있을 때, 기대하지도 않은 음식점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잠을 자다가 빗소리에 기분 좋게 잠에 깼을 때, 비가 막 쏟아지다가 깨끗이 개어서 하늘이 잘 보일 때,


그리고 지금, 새벽 2시 57분.


모두가 잠든 고요한 이 시간에 내 노트북에서 나오는 좋아하는 노랫소리와 타자 치는 소리를 함께 들으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이 순간 나는 행복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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