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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기쁨 Nov 23. 2019

치앙마이 한달살기

슬로우라이프,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평소에 걷는  좋아하는 나는, 여행을 가도 많이 걷는 편이다. 많이 걷는 날에는 3만 보 이상까지 걷는 날이 있으니 말이다. 근데 이번에는 생각보다 많이 걷지 못했었다. 숙소가 중심지에서 많이 떨어져 있기에 주로 택시를 이용했고, 습도가 너무 높아서 낮에는 걷기를 포기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 근래 날씨가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진 거 같아 오랜만에 택시를 이용하지 않고 무작정 걸어 봤다. 온도가 다른 공기에 기분이 좋다. 이곳저곳 걸어 다니면서 보는 치앙마이는, 카페 말고도 괜찮은 곳이 꽤나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번에 왔을 때는 이미 유명한 곳만 돌아다녔다면, 이번에는 무작정 걷다가 배가 고프면   앞에 보이는 음식점에서 밥을 먹기도 하고, (팟타이는 대부분 무난히 맛있었다) 숨은 카페를 발견해 잠시 더위를 피하기도 했다. 길거리에 피어있는 꽃이 예뻐- 사진을 찍고 한참을 보기도 했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 옷차림을 구경하며 어디서 샀을까- 멍을 때리기도, 그러다가도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포장마차에서 파는 음식을 사 먹기도 했다. 카페에서 마주 앉은 외국인과 눈이 마주쳐 웃으며 인사를 건네며 이곳에 있는 이유를 이야기도 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라는 덕담을 나누기도 했다. 치앙마이에서 거주하시는 분들을 만나 뜻깊고 새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 맛있는 스콘을 먹기도 했다. 미세먼지가 없는 맑은 하늘에 떠있는 뭉게구름을 보며 썬베드에 늘어지게 누워있기도 했고, 반대로 미세먼지가 낀 날에는 집에서 미드  시즌을 다보기도 했다. 저녁에는 지나가다 들리는 재즈 음악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기도 했고, 바퀴벌레를 마주해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기도 했다. 술을 먹지 않고 클럽에 가서 미친 듯이 놀기도 했으며, 그러면서 한 시간이면 체력 방전인 나를 보며 나이를 체감했다. 이제는 전과는 다르게, 매번 같은 시간에 졸리며, 매번 같은 시간에 잠에서 깨는 나름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저번 치앙마이여행과는 사뭇 다른 여행이긴 한데, 좋다. 어디를  돌아다니거나, 사람을  만나는 여행이 아닌데도 - 천천히 눈으로 담고 있는  여행이 꽤나 좋다. 아니, 정말 좋다.

엄마는 이런 나를 보고 나이를 들었다고 했다. 이런 게 나이 드는 거라면, 나이 드는 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2019 11월은  잘 보내고 있음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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