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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기쁨 Oct 04. 2019

걷기 좋은날.

21,


-너의 마음이 머무르는 동안, 그 따듯함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어제밤 문득 든 생각이, 스위스는 모든 곳이 다 그림같아서, 방에서 가만히 창밖을 보는게 즐거웠다. 그래서인지, 스위스에 일주일 넘게 있으면서 내가 지내는 곳은 돌아다니지 않았다. 오늘은 무슨일이 있어도 구경을 해야겠다 싶어서 카메라와 삼각대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내가 지내는 곳, Altdorf, Uri. 흔히 알고 있는 루체른 호수 끝에 있는 지역이다. 

자건거를 빌려 힘껏 페달을 밟으며 중심부쪽으로 향했다. 지나가며 보이는 풍경역시 아름답다. 

중심부로 가까워 질수록 사람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산책을 나온 가족들, 장바구니를 한 아름 들고 걸어가시는 아주머니, 선글라스를 쓰고 이어폰을 끼고 걸어가시는 멋쟁이 할아버지까지, 푸른 하늘과 초록빛깔 산들과 함께 또하나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자전거로 도착한 시간은 겨우 10분, 꽤 멀다고 생각하여 한번도 나와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웃겨 웃음이 나왔다. 따듯한 햇살과 마을의 분위기가 날 사로잡았고, 자전거를 세워두고 걷기 시작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이제야 하나 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를 시작하는 나 또한 날이 좋아 그런지 기분이 좋다. 


걷기 좋은 날이다. 


22.


나는 자연을 무척이나 좋아하면서도 도시 또한 좋아하는 것 같다. 예쁜 풍경들 보면서 행복하지만서도 동시에 문명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그런면에서 스위스는 완벽한 곳이다. 

예쁜 풍경을 보고 싶으면 창 밖을 보면되고, 산이 아닌 물이 보고 싶으면 호수에 가면 되고, 커피 한잔을 하고 싶으면 카페에 가면된다. 정말 더할 나위없이 완벽한 곳이다. 


아, 사악한 물가만 빼면 말이다.


23.


집 주변을 산책하다 찾은 길, 너무나 예뻐서 한참을 서서 바라봤다. 

그냥 길을 걷다 멈춰서곤 가만히 서서 자연의 소리를 들었다. 


나는 이 순간이 이렇게 좋을 수 없다. 



24.


해질녉 다시 찾은 길, 다른 색으로 하늘

이 바뀌었다. 

여전히 예쁘네 



25.


"오늘은 완벽한 하루가 될거야" 친구의 말이었다. 

그렇다, 오늘은 완벽한 하루가 될것이다.



26.


자기전 듣는 비소리가 이렇게 좋다.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가 아니다.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 아직 완공이 되지 않은 지붕은 나무로 덮여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소리가 남 다르다.

조용히 빗소리에 귀 기울였다. 음악을 대신 하기 아주 충분했다. 

비가 멈추지 않기를 바라는 밤이다. 



27.


밤새 내리던 비는 그 새 그치고 파란 하늘과 햇살이 나의 잠을 깨웠다. 

가만히 누워서 구름이 흘러가는것을 봤다. 

어렸을때부터 몽실 몽실한 구름을 좋아했는데, 괜시리 마음을 설레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마음이 설레이는 오늘, 날씨가 좋으니 보니 피크닉을 가야겠다. 


28.


처음 유럽 여행을 떠났을때의 내가 떠올랐다.60일이 넘는 장기여행이라  6개월 전부터 티켓을 끊고 그 설레는 마음으로 검색을 했지만, 매일매일 바뀌는 마음 때문에  떠나기 3개월 전쯤이었나, 손에서 모든것을 놔버렸다. 어디로 들어갈지 어디에서 출국할지만 생각하고 시작한 여행. 시간을 혹여나 낭비하진 않을까 하며 불안감을 가지고 떠났던 여행이었다. 


하지만 여행을 할수록 계획없이 떠났던 나에게 고마웠다. 새로운 여행자들을 만나, 그들이 추천해 준 장소도 가보고, 새로운걸 마주할때마다 설렐 수 있었으며, 하루 전에 어딜갈지 고민하다 꽂히는 곳으로 바로 날아갈수도 있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즉흥적으로 돌아다니기도하고,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싶을 때면 그렇게 자곤 했고,  버스를 타고 가다가 예쁜곳이 나오면 주저없이 내릴수 있었다. 그렇게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렇게 나의 계획없는 여행이 시작되었고, 매번 여행을 떠날때마다 여행지에 가서 계획을 세우곤 한다. 

그래도 좋았고,그래도 행복했다. 


이번에도 나는 출국 티켓만 끊고 나왔다. 돈이 떨어지면 들어가겠다고 간단한 다짐 하나만하고 말이다. 

그렇게 나는 아무 계획없는 여행을 6개월째 하고 있는 중이다. 

여전히 좋고, 여전히 행복하다. 


29.


오늘은 유난히 날씨가 좋다. 따듯한 햇살이 내리 쬐고 그 덕에 모든 광경이 더욱 쨍한 색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선선한 바람과 함께 풀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행복, 별거 아니다


30. 


스위스에 오기 전, 독일에서 한국음식들을 조금 사왔다. 

조금 더 어렸을 때는 한식이 그렇게 그립지는 않았는데, 요즘 따라 그렇게 한식이 그리울 수가 없다. 

배가 조금 고파졌지만 지금은 12시가 넘었으니 내일 일어나서 떡볶이를 먹어야겠다. 

떡볶이라니.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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