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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기쁨 Oct 30. 2022

낯선 이 의 호의

 조지아를 처음 알게 된 건, 몇 년 전 유럽여행을 할 때 만났던 어느 여행자의 말 때문이었다.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들을 연신 보여주면서 자연이 거칠게 가꿔놓은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 거친 자연을 보고 싶어 ‘카즈베기’, ‘주타’ 등 낯선 이름들을 메모장에 열심히 적어 놨었는데, 그곳을 4년 만에야 찾게 되었다.


 트빌리시에서 차를 타고 2시간 30분 거리를 이동을 하면 도착하는 이곳, 카즈베기.  온통이 산으로 둘러 쌓여있는 작은 마을이다.  확실히 공기가 차가웠다. 버스정류장 내려 차가운 공기를 한껏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나니 코 끝이 찡하고 시렸지만 그 기분이 나쁘지가 않았다.  설산 위로 조금씩 떠있는 뭉게구름들, 그리고 그 사이로 스며드는 분홍빛 노을. 이상하게도 다른 곳보다 해가 더 빨리 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해가지기 전 숙소를 찾기 위해 주변 구경은 내일 하자라는 마음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숙소는 버스정류장에서 30분을 걸어야지 도착하는 곳이었다. 지도 거리 상으로는 가까웠지만 바로 올라가는 길이 없어 돌아가야 하기 때문. 다행히도 가는 길에 슈퍼가 있어 도시락 라면을 잔뜩 샀고 약간에 간식을 추가했다. 슈퍼에서 나오자 하늘은 그새 어두워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시간은 비교적 늦지 않은 시간임에도 해가 빨리 져버렸기 때문이다. 정말 조금 과장하여 내 몸집 만한 케리어를 끌고 숙소가 어딘지 한참이나 살피고 또 살폈다. 불빛 하나 없는 골목이 무섭게 느껴졌고, 깜깜한 탓에 그 집이 그 집 같아 보여 살짝 멘붕이 왔을 때였다. 멀리서 밝게 보이는 차의 라이트 불빛이 점점 가까워졌고 검은 차가 눈앞에 멈췄다. 그리고 들 창 문 너머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렸다. 


“ where…go..?” 


맞지 않는 문법이지만 Where, go 이 두 마디면 알아듣기에 충분했다. 다급해진 마음으로 숙소 이름을 말했고, 아주머니는 “I know. come”이라는 따듯한 대답과 함께 손짓하시며 차에 타라고 말하셨다. 위험할 수 도 있는 낯선 이는 그 순간 중요하지 않았다. 차에 타서 감사하다는 수 번 건넸고 차는 얼마 가지 않아 멈췄다. 차에서 내리고 나서도 어두운 길을 혹여 헷갈릴 까 봐, 차 라이트로 빛을 계속 비춰 주셨다.


 여행을 하다 보면 낯선 이들에게 도움을 받는 경우가 생긴다. 타지에서 느끼는 호의들은 위험할 수 도 있지만 그 동시에 더 크고 따듯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도 그랬다. 아주머니가 아니었으면, 40인치 케리어를 들고 전화번호도 없던 숙소를 찾지 못하고 그 자리를 빙빙 돌며 눈물을 쏟았을지도 모르겠다. 역설적이지만 항상 경계는 하되, 친절은 잘 받아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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