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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군 Oct 12. 2019

타겟에게 접근하는 방법 : 그들을 내 친구처럼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을 통해 터득한 타겟 분석법


 "음... 저는 안 살 거지만 아마 저희 고객들은 좋아하지 않을까요?"

 

 브랜드 마케팅을 하다 보면 늘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나는 안 살 거지만...' 이란 말이다. 스트릿 브랜드는 괜찮을지 모르지만 아기들을 위한 패션 브랜드, 우리가 조심스럽게 꺼내 드는 '성인용품' 등 다양한 브랜드 아이템들을 마케팅해야 하는 입장에서 그것을 이용하는 또는 이용하게 될 타깃을 분석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지금 일하는 브랜드는 비교적 타겟이 잘 잡혀있지만 그만큼 나의 감도와 브랜드의 감도를 맞추기까진 나 역시도 힘들었다. 내가 20대 초반의 감성과 감도를 맞출 수 있을까? 다양한 옷을 구매하는 나지만 나 역시도 돈을 벌기에 구찌, 아크네 등 다양한 럭셔리 굿즈에 손이 가는 건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타겟층을 가장 쉽게 분석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내가 대학을 다녔을 때만 하더라도 타겟을 분석하는 전형적인 방법들은 늘 존재해왔다. STP, 4P MIX, SWOT 분석 등 7-80년대 타겟 분석 방법을 지금 21세기에 적용한다는 게 가당키나 할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도 이 이론을 통해 타겟에 접근하는 실무진들이 많은 것 같다.

  그렇다. 이만큼 타겟에 대해 분석하고 접근하는 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마케터의 입장에서 타겟을 분석하는 건 필수적인 요소이다. 타겟을 이해하고 분석해야만 또 다른 마케팅 플랜이 나오고 그 플랜을 적용하고 득과 실을 따져 또 다른 플랜 B를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 사람이 아니기에 그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100프로 알 수 없는데 나는 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는 게 마케터의 숙명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기에 어떠한 마케터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CRM을 전개하기도 하고 아니면 오롯이 자신의 마케팅 경력을 믿고 프로젝트를 전개하는 마케터들도 있다.


그리고 문제는 여기서 파생된다.
"전 안 살 거예요."


 온갖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하고 끊임없는 Why를 내던지면서 정작 그 why에 대한 결론 도출은 '나는 소비하지 않겠지만 타겟은 좋아하겠지?'라는 마케터들을 볼 때면 아무리 연차가 적은 마케터지만 속이 탄다. 내가 이걸 사지 않는다, 보지 않는다. 함부로 단정 지을 수 있을까? 과연 나는 내 눈앞에 보는 아이템을 좋아할 가능성이 1프로도 없는 것일까. 그럴수록 마케터의 눈은 좁아지고 결국 본인이 하던 대로 집행하게 될 것이다.

 마케터도 사람이다. 그러기에 마케터가 가장 크게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나의 취향과 생각을 대입해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이다. 게다가 마케터 각자의 취향이 너무나도 확고하기 때문에 마케팅을 하는 입장에선 자문을 구하고 싶어도 그 마케터의 취향에 맞게 그를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구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가령 마르지엘라 백이 150만원에 팔면 사는 이유를 10가지는 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커머스 마케터와 마르지엘라의 가치를 모르는, 150만원은 너무나도 비싼 값어치라고 생각하는 또 다른 커머스 마케터가 있다고 하자. 마르지엘라의 가치를 안다면 커머스 앱을 활용한 앱푸시든, 관련 카페 바이럴이든, 안 되면 유튜버에게 증정을 하든 어떤 마케팅이라도 할 수 있는 반면 그걸 모르는 마케터에게 마케팅 노출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전자의 경우라면 다행이지만 마케팅을 하는 입장에서는 언제나 후자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우리는 또 다른 마르지엘라 백을 팔기 위해 분석 또 분석을 해야만 한다. 마케터에게 본인의 취향은 뒷전이어야 한다. 취향이 들어갈 수밖에 없지만 자신의 취향보다는 타겟을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 오만하게 나는 패션에 대해서 또는 쇼핑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안 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오롯이 타겟에게 접근하며 그들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난 생각한다.



 나는 옷은 좋아하지만 배를 굶어가며 돈을 모아 옷을 살만큼 패션을 사랑하진 않는다. 멋있는 게 좋지만 외면의 멋스러움보단 내실이 있고 깊이가 있는 멋스러움이 난 더 좋다. 이런 내가 멋스러워야 하고 1020대가 주로 사는 패션 브랜드의 마케팅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타깃을 어떻게 접근했을까?

 타겟에게 접근하는 나의 첫 번째 방법은 그들을 나의 친구, 가족, 동생 등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이 방법은 정말 많은 브랜드 마케팅 책에서 나왔다. 하지만 그 이론을 실무에 제대로 적용하는 마케터들을 본 적은 별로 없다. 브랜드 마케터에게 '소통능력'이 중요하다는 건 바로 여기서 적용된다. 소비자와의 소통능력이 없다면 결국 그 브랜드 마케팅은 실패하게 된다. 브랜드를 소비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 나의 고집만으로 눈귀를 닫는다면 결국 그 브랜드를 소비할 사람은 그 마케터 밖에 없다. 그렇다고 내가 그 브랜드를 소비할까? 절대, Never. 그럼 그 브랜드는 결국 아무도 소비하지 않고 사장된다.


 "관객들을 나와 친한 가족, 친구처럼 생각한다면 아마 서비스 마인드가 180도 달라질 겁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여럿 알바를 해왔는데 그중 장기간으로 했던 알바가 바로 계명 아트센터 하우스 어셔 (공연장 도우미)였다. 그때는 힘들었지만 계명아트센터에 약 1년 2개월 동안 어셔로서의 활동을 한 게 일할 때 참 많은 도움이 된다. 마케터인데 어셔? 궁금증을 가질만한 부분이다. 약 천명이 넘는 관객들을 매 공연마다 케어하는 어셔의 특성상 CS교육은 정말 필수적이었다. 그때 하우스 매니저님께서 첫 교육 때 말했던 말이 인상적이었다.

 "관객들을 나와 친한 가족, 친구처럼 생각한다면 아마 서비스 마인드가 180도 달라질 겁니다."

 이 말은 그 당시에도 지금에도 참 많이 도움이 되곤 한다. 아트센터를 오는 관객은 층마다 도 다르고 고객 마다도 너무 다르다. 내가 전담으로 맡았던 2층은 유아석이 있던 위치에 단체 관람도 많아 이동 등에서도 보다 세밀한 관리가 필요했던 층이었고 1층은 같은 뮤지컬을 3-4번 이상 보는 VIP 고객들이 자주 오기 때문에 맞이하는 어셔부터의 얼굴부터가 다르기도 했다.

  처음엔 몰랐다. 진상고객들을 처리하다 보면 '왜 저러실까?'라는 물음도 있었고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뮤지컬을 3-4회 이상 보는 뮤덕들이 본인이 늦게 오고 나서 입장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컴플레인을 걸 때면 당장 유니폼을 벗고 나가고 싶을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들을 가족과 친구처럼 생각하고 접근한다면 말부터가 달라지고 그들의 입장에서 어떠한 도움을 줄지를 고민하게 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생각의 차이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하지 못할 사람들을 조금은 이해하게 해주는 힘을 주었고 점차적으로 컴플레인 개선에도 도움이 되었다.  




 나는 이때의 경험을 마케팅에도 접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우리의 브랜드를 고객에게 '서비스' 해야 하는 입장이고 고객에게 어떠한 형태로 제공하냐 라는 물음의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어떻게든 '직접 소비' 하는 것이다. 처음 회사에 입사를 하고 나서 내가 처음으로 했던 것은 옷을 직접 사서 입고 체험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이 아이템을 입었을 때 나의 핏과 내 느낌들, 다양한 TPO 등에서의 매치 등을 생각해보았다. 아이템이 마음에 안 들었다면 전 시즌 다른 아이템들도 입어보고 경험해보는 등 계속해서 생각하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데이터를 보았다. 데이터를 나침판 삼아 타깃을 분석해보니 답이 조금은 명확해졌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업무시간 외에도 매장에 들려 직접 고객들을 경험하고 매니저 분들께 아이템과 고객 현황에 대해 물어봤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한 뒤, 나는 나의 브랜드 소비 경험과 타겟층의 분석을 바탕으로 나와 같은 고객에게 어필해야 할 아이템, 그리고 브랜드의 메인타겟에게 어필해야할 아이템을 셀렉한 후 대행사, SNS 컨텐츠 등에 녹이기 시작했다.

 그중 타겟을 생각하고 협의해서 진행했던 사례가 바로 P 커뮤니티의 컨텐츠였다. 지금도 유명한 시그니쳐 후디는 여러 컬러와 디자인으로 매 시즌 유행하는 아이템 중 하나다. 이 후디에서 내가 볼 수 있었던 키워드는 시그니쳐 로고, 컬러, 후드 였다. 심플한 키워드와 명확한 브랜드의 타겟을 바탕으로 나는 노출할 매체를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난 화장품 대행사 아르바이트와 뷰티 블로거 활동을 하며 웜톤과 쿨톤을 알고 있었고 요즘 10대들 또한 본인의 퍼스널 컬러에 집중하며 화장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8가지가 되는 후드 컬러를 웜톤 / 쿨톤에 맞춰 스타일링해주고 소개해주는 컨텐츠를 진행해보면 어떨지 아이디어가 번뜩이기 시작했고 이후 지난 시즌 컨텐츠를 진행했던 P 커뮤니티 측에 직접 연락하여 해당 컨텐츠 기획안을 드리고 유튜브 컨텐츠를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1020대가 보는 이 웹드라마 형식의 컨텐츠는 내가 일하는 브랜드를 좋아하는 타겟층이 보는 컨텐츠이고 P는 지금까지도 유명한 '뷰티' 커뮤니티이다. 거기에 웜톤, 쿨톤에 맞춘 스타일링을 컨텐츠로 업로드 하니 반응은 대박이었다. 현재 view 수는 15만 회로 1달 콘텐츠 중 2위로 집계되었고 후드 매출'만' 상승 마감하는 결과를 낳았다.




 마케팅이 고민되는 신입 마케터에게 나는 일단 네가 써보고 이 아이템을 너의 것으로 만들어 보라고 이야기한다. 나의 것이 안 된다면 내 친구들에게, 내 가족에게 선물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라고 이야기한다. 내가 관심 있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알고 싶은 건 사람들의 본능일 테니까.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들이 뭘 사고 뭘 보고 뭘 먹고 어디를 가는지를 알고 싶고 알게 된다. 그러다 보면 매체가 보이고 판매처가 보이고 컨텐츠 기획 또한 수월하게 진행되게 된다.

 계속 그러한 생각으로 접근하다보면 타겟층에 한층 더 가까워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핑크는 쿨톤인 나에게 안 어울리니 웜톤인 친구를 주어야겠다." 내지는 "나는 니트가 잘 어울리는데 조금은 차분한 네이비 니트를 입으면 회사에서도 괜찮겠지"와 같이 소비의 주체에 대해 생각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탐구하다 보면 다양한 마케팅 플랜이 나오고 성공적인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을 난 실무를 통해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소통 능력은 어디서 배울 수 있냐고? 개인의 차이겠지만 나는 그것을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많이 배웠다. 그들을 열린 마음으로 보아주고 들어주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보고 분석해서 내 마음을 주고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비판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각각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보는 눈이 커지기 시작했고 이는 곧 타겟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소비자도 곧 사람이고 절대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마케터가 타겟을 이해하는 노력은 곧 매출로, 퍼포먼스로, 결과로 나온다는 것은 어쩌면 타겟 마케팅의 기초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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