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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군 Jan 22. 2021

인생이 드라마이고 싶지 않아요, 전



 누구나 하나씩 인생의 큰 드라마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누군가에겐 회사일일 수도 있고 가족 간의 치정극이 될 수도 있고 사랑싸움일 수 있을 것이다.


 나라는 TV가 있다면 나 또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다. 시사 다큐, 예능, 그리고 여러 편의 드라마.


 그동안 나라는 인물을 토대로 드라마 몇 편을 나름대로 (?) 찍었는데 요새만큼 드라마를 찍는 경우도 잘 없는 것 같다. 아니지, 남들만큼 나 또한 드라마를 찍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오늘도 드라마 한 편 찍었다. 이번 에피소드의 주제는 가족이었는데 다행히 주말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빚보증'과 '이혼' 등은 아니지만 얽히고설킨 여러 가지 문제들이 우리 가족 모두에게 몇십 년째 이어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연차 날 아침에 나름 장문의 문자를 보내고 같은 문제로 부모님과 통화를 한다. 똑같은 말, 똑같은 결론. 부모님 세대와 나의 세대는 너무나도 다른 게 문제인가? 아님 부모님이 가진 사회적 지위? 그게 내 껀 아니잖아? 온갖 문제들로 복잡한 요즈음, 드디어 찐 어른으로서 해쳐가야 할 문제들이 계속해서 보이기 시작한다.





 사실 난 드라마를 찍고 싶지 않다. 그냥 유유자적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을 이다. 처음 나는 그게 오롯이 나의 환경 이고 나의 운이라고, 그러기에 유독 많은 드라마를 찍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누군가 말했던 산속에 고고하게 독립적으로 살기를 바랐다던 아버지의 '피'와 옳고 그름을 마치 칼로 베듯 살던 어머니의 '피'를 고스란히 받은 나의 기질은 한국이란 사회에서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를 찍을 일이 많아진 것 같다. 회사에서도, 친구사이에서도, 사랑에서도.


 결국 모든 드라마의 플롯이 그러하듯, 상황에 따라 주인공의 기질과 성격이 모든 일을 좌지우지한다. 그러기에 나름 재밌는 드라마가 탄생하기도 하고 막장 직전의 드라마가 탄생하기도 하며 시청률 제로의 드라마가 탄생하기도 하는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시청률이 안 나와도 늘 꾸준히 방영되는 '전원일기'같은 삶을 살고 싶다. 물론 거기서도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 간의 갈등이 나오긴 했지만 요즘 나오는 막장 드라마에 비하면 새발의 피니까. 그러기 위해선 유독 드라마를 찍는 나의 캐릭터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 간단하고도 원론적인 수정사항을 난 과연 잘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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