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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군 May 10. 2021

나는 왜 데이터를 보는 마케터가 되었나?


 많은 글에서 언급했듯, 나의 전공은 '패션 마케팅'이다. 패션 마케팅은 무엇인가? 그야말로 트렌드의 선도를 달리는 패션 분야에서도, 소비자의 트렌드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 마케팅이 결합한 형태이다.


 패션 분야의 마케팅만 3년 하면서 느낀 건 패션 마케팅만큼은 기존 마케팅 방식과 달라도 이렇게까지 다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마케터라면 의례 중요한 '저비용 고효율' 원칙은 패션 분야에서는 그렇게까지 통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손해를 보더라도 A급 이상의 모델과 비싼 스튜디오를 활용한 촬영, 이른바 콘텐츠 기획에 비용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데이터보다는 '보이는 것' 위주, 이른바 포장지에 조금 더 치중이 된 모습이 더 많다고 해야 할까?

 옷을 사는 이유는 곧 나를 돋보이기 위한 수단이자 도구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브랜드의 인지도와 브랜드의 멋스러운 콘텐츠에 집착한다. 그게 곧 패션 마케팅의 시작이었고 나는 내가 가진 감도를 바탕으로 그것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서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간혹 타 업계 마케터와 소통하다 보면 정말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비용은 아끼면서 고효율을 내려는 마케터들은 정말 많지만 (나까지도) 패션 분야에서는 커머스가 아닌 이상 제 아무리 효율 좋은 광고 매체와 방법이 있다 한들 오히려 룩북 구성에 더욱 힘을 쏟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이 분야에서, 왜 나는 '데이터'를 보는 마케터가 되었을까. 패션 마케팅만큼 '감'을 중요시 여기는 마케팅이 또 어딨다지만 나는 어느 순간부터 데이터를 보기로 다짐했다. 아니, 봐야만 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결론은 하나다. '' 통하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 특히 패션 분야는 더 심해졌다. 옛날이야 한 시대의 트렌드가 패션 아이템의 판매를 좌지우지하고 그 트렌드를 생성하거나 따르기 위해 노력하는 마케터가 많았을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상황이 좀 달라졌다.


 옛날엔 '저 옷은 왜 입는 거야?' 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이 옷을 입어도 내 개성만 있으면 돼.'와 같은 시대가 돼버리고 더 이상 잡지가 아닌 개인 커뮤니티나 SNS을 통해 패션 스타일을 소개하고 인증받는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각기 쇼핑몰에서도 데이터를 보고 어떤 아이템이 잘 판매가 되고 그 아이템이 곧 트렌드가 되는 시대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감도 감이지만 데이터를 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곳, 그것이 패션 마케팅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계속 가지게 된 것 같다.






 예전에 어떤 브랜드의 면접을 보러 갔을 때 있었던 일이다. 브랜드 감도도 나쁘지 않고 주요 커머스에서 판매도 좋고 모델도 에디터 시절에 써보기 힘들었던 S급 모델로 촬영을 했는데 자기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나오지 않았다는 게 고민 중 하나였고 이를 어떻게 보완할지를 물어보았다.


 나의 답은 '브랜딩' '마케팅' 같은  다르고 브랜드 인지도를 넓히기 위해 감으로 하는 전략 구성보다는 정량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케팅 전략 기획과 운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생각엔 변함이 없고 패션 마케팅을 하고 있지 않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감이라는 , 데이터를 보지 못했을 때나 중요했지만 이제 우리는 데이터 트래킹을 바탕으로 정량적인 데이터를   있게 되었으며  데이터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것을 이용하는 회사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  업체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둘 다를 갖추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둘은 물과 기름이기 때문에 다르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패션 분야뿐만 아니라 마케터가 '감' 또는 데이터 두 분야를 보지 못한다면 절대 퍼포먼스가 좋은 마케터로 성장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마케터에게 감이란 물론 중요하다. 감이 없이 어떻게 트렌드를 읽고 사람들의 마음을 읽겠는가. 하지만 그 감도 데이터가 없다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지기 위해선 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해야 하는데 온전히 이해하고 분석하는데 데이터가 없다? 과연 그 분석이 제대로 된 분석이라 할 수 있을까?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감이라는 것은 결국 데이터가 보지 못하는 감성적인 부분을 캐치하고 기획하는 것. 그것이 마케터에 있어서 감이라는 걸 요새 와서 많이 느낀다. 그것은 비단 데이터에서 오는 것이 아닌 마케터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사람과 문화, 트렌드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업무를 하면서 계속해서 느낀다.


 내가 데이터를 보는 마케터가 된 건, 어쩌면 나만의 무기를 가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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