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군님 요새 바쁘시죠?"
"아니에요, 뭐. 다 바쁜걸요."
늘 일은 많았지만, 요새 들어 일이 많다는 느낌을 많이 받곤 한다. 전문적인 분야를 파고드는 것이 아닌 그야말로 이 분야, 저 분야를 뛰어드는 멀티 플레이의 삶을 살고 있어서 그럴까.
마케터로서 다양한 경험은 참 좋으면서도 무섭다. 그 두려움은 내가 어떤 마케터로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출발한다.
분명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은 나에게 큰 자산이다.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채널을 운영했던 소셜 미디어 마케터를 시작으로 전사 / 상시 프로모션을 기획, 운영했던 프로모션 마케터, 그야말로 '아작'이 나면서 각종 매체 집행을 컨트롤했던 퍼포먼스 마케터, 스타 마케팅부터 퍼포먼스 마케팅, PR까지 책임져야 했던 브랜드 마케터, 그리고 잠깐이었지만 촬영 기획과 모델 컨트롤, 에디팅까지 했던 에디터 시절까지. 참 많은 업무를 하면서 그 경험은 분명 지금 '콘텐츠 마케터'의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겐 큰 자산 일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 회사에서 지금의 나는 서비스 기획까지 진행해본 마케터가 되어 있었다. 정말 다행히도 오픈 일에 비해 초기 매출과 문의가 나오고 있지만 그럼 그럴수록 얇고 넓은 마케터의 삶이 과연 좋은 것일지 의문이 들곤 한다.
나는 과연 어떤 마케터라고 정의 내릴 수 있을까?
단순히 한 분야를 넘어 이제는 PM까지 마케터가 하는 시대가 되어버린 요즈음, 마케터의 영역은 어디까지인지 나는 계속 되묻고 있다. 그리고 그 물음 가운데 과연 나는 어느 마케터로 성장해야 할지 계속 고민 중이다.
요새 들어 가장 큰 나의 고민은, 단순히 모든 것들을 할 줄 아는 마케터가 과연 이 업계에서 메리트가 있냐는 것이었다. 분명 큰 자산일 수 있다. ROAS와 ROI를 차이를 아는 마케터들은 생각보다 잘 없고 CPC 광고와 CPM 광고를 직접 집행해본 것은 물론 페이스북 광고를 소액부터 거액까지 폭넓게 집행해본 마케터들도 잘 없다. S급 모델과의 촬영과 촬영 시안을 짜 본 마케터도 잘 없고, 스타마케팅 대행사와의 소통을 해본 마케터들도 잘 없다. 거기에 해외에 직접 가 영업 지원과 일본 대형 잡지와의 미팅에서 목소리를 내본 마케터도 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모든 것을 '이 연차'에 해보았다는 것을 어필하기엔 나의 나이가 너무 적다는 것, 그리고 나의 퍼포먼스가 그리 깊지 않다는 것이 문제일 수 있을 것이다. 포장은 할 수 있지만 까내릴 수 있는 요소가 충분히 있다는 것. 그것이 어찌 보면 '얇고 넓은 마케터'가 가진 한계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내린 결론은
마케터도 결국 본인이 어떻게 포장되는지에 따라, 또한 어떤 사람 / 어떤 환경에 놓이냐에 따라 능력 있는 마케터가 되기도, 무능력한 마케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답이 없는 마케팅 사회 안에서, 마케터를 계속 만나보고 같이 업무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마케터마다 보는 관점이 다 다르다는 것, 그리고 그 관점이 맞지 않으면 까내리는 마케터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가령, 데이터를 중시하는 마케터에게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마케터는 정작 중요한 결과를 내지 못하는 마케터일 수 있다는 것, 반대로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마케터에게 데이터를 중시하는 마케터는 마케팅에서 중요한 '기획력'이 없는 마케터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쌓은 것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쓸데없는 퍼포먼스라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그야말로 '개무시' 당할지언정 한 시각에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시점에서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나의 이런 고민은 업무를 하며 부딪히는 수많은 '마케터'들, 그 사이에서 우위를 가지기 위한 나의 욕심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지금 주어진 내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어쩌면 '얇지만 넓은 마케터'로 살아남는 방법일 것이다. 그러기에 난 비록 광고주지만 퍼포먼스 마케터라면 의례 딴다던 검색광고 마케터 1급 시험을 준비하고 비록 SNS를 담당하고 있진 않지만 콘텐츠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유튜브와 브런치, 인스타그램에 콘텐츠를 올리고 각종 마케팅 자료들을 읽고 트렌드를 읽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