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M세대가 바라본 주관적인 Z세대 리포트
"수고하셨습니다."
회사에서 2달간 인턴생활을 하던 6명의 대학생들이 오늘 인턴 실습을 마쳤다. 사실 딱히 부딪히는 일이 없었지만 회사생활을 4년 넘게 한 내가 그들과 함께 하면서 가장 많이 '배웠던' 것은 이른바 gen Z가 '왜' 다른지, 밀레니얼 세대와 왜 다른지 그 차이를 명확하게 알았다는 점이었다.
확실히 Z세대는 달랐다. 그것은 X세대와 Y세대 아래에서 '눈치 챙겨.' 내지는 '이런 걸 일일이 알려줘야 하니.' 라며 눈치와 센스를 강요받던 밀레니얼 세대와는 확실하고 명확하게 말이다.
'이렇게 꼰대가 되어가는구나.'라는 것을 느끼면서도 앞으로 다가올 Z세대를 맞이하기 위해 밀레니얼 세대가 준비해야 하는 것들, 그리고 앞으로 Z세대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밀레니얼 세대의 주관적인 리포트를 적어보려 한다.
그랬다. 대부분의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의 부당함이나 불합리적인 요소들에 대해 X세대나, Y세대의 팀장님 / 선배님들한테 말하지 못했다. 하물며 대학생 때 선배들의 취업특강에서도 우리는 '센스'를 강요받으며 살아왔다. 회사에 가서 말하지 않아도 청소를 미리 해놓고 미리 회식 자리를 알아보고 택시를 대절해야 괜찮은 직원이란 평가를 받곤 했다. 그럼에도 꽤 진보적인(?) 밀레니얼 세대의 직장인들은 '이걸 왜 제가 해야 하죠?' 라며 당당하게 말하곤 했지만 그런 직장인들은 내가 그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gen Z는 달랐다. 하물며 군대를 다녀온 남학생들도 달랐다. 하라는 것은 정말 잘 하지만, 하지 말라고는 안 했지만 했으면 하는 업무는 시키지 않는 한 절대 하지 않았다. 시키는 것은 정말 철두철미하게 잘했고 시키는 것 이상의 업무 또한 잘 수행하였으나 절대 시키지 않는 것은 시도하지 않았다. 그것이 청소가 됐든, 암묵적 규율이 되었든, 그들은 쉴 때 마음 놓고 쉬었고 청소 또한 하라는 것 이상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라떼 인턴' 때 '눈치 챙기자'를 입에 달고 살았던 한 직장인의 삶과는 참 다른 점이었다.
확실히 gen Z는 '합리적'이고 '합당한' 것에 대한 기준이 남달랐다. 그것은 앞으로 그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들 기준에 합리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을 세대였다. 그것은 비단 업무뿐만 아니라 구매에서도, 행동에서도 충분히 나타날 요소라고 판단했고 그것은 그들을 이해하지 않는 한 절대 그들을 사로잡을 마케팅이나, 문구 등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 내 주요 결론 중 하나였다.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는 업무를 지시받았는데 마침 인턴들이 개발하는 내용을 소통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개발자와 업무 한 경력이 있기에 빠른 업무 파악을 위해 급하게 인턴들과 1차적인 미팅을 잡고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런데 무엇인가 이상하다. 소통에 대해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은 듯한 모습이다. (물론, 내가 급하게 잡아 말을 절은 것도 없지 않긴 하다.)
한 15분 얘기를 하다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아 2일 뒤 팀 리더와의 미팅을 2차로 잡고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아, 물론 그전에 관련한 내용을 정리함은 물론, 소통 관련해 질문을 할 것이란 여지를 남겨두긴 했다. 그리고 2차 미팅 때 관련한 질문을 이어 나가니 답변이 술술술 나왔다. 그 전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내 깨달았다. 아 이 것이 세대의 차이겠구나.
밀레니얼 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소통'과 '대화'이다. 우린 소통과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고자 노력했다. 그러기에 당장 큰 프로젝트들도 일단은 소통과 대화를 통해 계획을 짜고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X, Y세대들이 답답해하기도 했다. 왜 알아서 못 하는 것인지, 왜 알려달라고 하는 것인지 등... 밀레니얼 세대는 대화와 소통이 일단 우선이고 그 이후에 모든 것들을 진행하는 경향이 굉장히 강하다.
Z세대 또한 소통과 대화를 중시한다. 하지만 그전에 미리 예약을 잡고, 준비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이게 왜 세대차이냐고? 합리적인 것이 중요한 그들에게 준비의 시간 없이 소통의 시간을 내어달라는 건 '갑자기 내 시간을 뺏어 너 하고 싶은 얘기만 하는' 꼰대들의 행동이었다. 합리적 소통과 대화를 위해 미리 준비할 시간을 가지고 그 시간에 딱 말할 수 있는 답변을 하는 것. 그들이 바로 Z세대였다.
회사생활을 비교적 빠르게 했고, 어느덧 사회생활 4년 차에 들어온 전형적인 M세대 직장인으로서, 참 밀레니얼 세대는 불쌍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게 된다. 대화와 소통보다는 '센스'를 원하는 X, Y세대에게 굽신거리면서도 밑에서 '합리성'을 원하는 Z세대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대부분의 밀레니얼 세대는 느꼈을 것이라고 본다. 그 둘 세대는 절대 타협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 우리를 가로막고 있던 그 불합리적인 꼰대 문화는 사라지고 있다. 그것을 밀레니얼 세대 또한 바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좋은 흐름 속에서도 Z세대는 언젠가 우리의 부사수, 지인, 어쩌면 마케터인 내가 상대해야 하는 고객으로 있을지 모른다.
그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절대 발전적인 관계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다행인 것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은 결국 대화와 소통에서 온다는 것을 두 세대 모두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오히려 합의점을 빠르게 찾고 그것에서 기존 세대와는 다르게, 함께 했을 때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이 바로 MZ세대라는 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물론, 이 한국 사회에서 각자의 세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라떼'를 운운하며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고 네가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존 세대와는 다르게 함께 공생하고 성장하기를 바라는 밀레니얼 세대의 진심이 Z세대에게 닿기를 살짝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