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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군 Jun 24. 2020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난 내가 담당했던 브랜드를 사랑했다.


 패션 업계에도 다양한 사람은 존재한다. 패션업을 일로 여기는 사람, 패션 = 삶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등 패션을 좋아해서 이 일을 시작한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세계에서 브랜드 마케터로 살았던 그 시간은 정말 행복하면서도 고단했고, 열렬히 사랑했기에 모든 일이 다 잘 풀려나갔던 나날이었던 것 같다.


 난 내가 담당했던 브랜드를 사랑했다. 그것이 설령 내가 추구하는 감성과 너무나도 다른 브랜드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브랜드를 사랑했다. 브랜드를 사랑하니 참 많은 것들을 사랑하게 되더라. 내가 담당하는 브랜드를 좋아해 주는 친구들에게 더욱 애착이 갔고 갖가지 협찬과 프로모션 제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도 없었을 만큼.


 덕분에 나는 나날이 늘어가는 살과 새치, 점점 떨어지는 체력만 남아 있었고 그 와중에 나에게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갔다. 그리고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들, '쟨 왜 저렇게 유난일까?', 내지는 '왜 저렇게 자기를 드러내고 싶어서 안달이었을까?'. 그리고 퇴사를 했을 때, 내 주변엔 정말 친한 친구들과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산 옷들과 가방, 그리고 동료들 뿐이었다.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출처 : 왓챠 플레이


 부부의 세계에서 이태오의 명대사. 그렇다, (다른 의미에서) 사랑에 빠진 건 죄가 아니다. 그러기에 2019년을 그렇게 보냈음에 후회도 없고 미련도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미키 마우스 모자를 쓰고 어울리지도 않던 옷을 입어가며 사진을 찍고 무신사에 업데이트를 하고 욕을 먹어가면서도 무신사 메인에 뜨는 나를 좋아라 하며 올리던 나 자신을 후회하진 않는다. 브랜드력이 있었기에 그동안 집행하고 싶었던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고 내가 하는 업무가 나에게 맞다는 자신감,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표만 보던 내가 드디어 '패션'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게 해 준 건 사실이니까.




"브랜드 마케터는 자신의 브랜드를 사랑해야 한다."


 브랜드 마케터가 성과를 낼 수 있는 가장 첫 번째 비법은 브랜드를 사랑해야 하는 것이라고 난 단언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수많은 일들은 온연히 견디면서, 효율을 내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이 담당하는 브랜드를 사랑해야 타겟을 이해하고 타겟을 이해해야 NEXT PLAN이 가능하고 한 발자국 더 걸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기에 브랜드 마케터가 이직하는 카테고리는 굉장히 한정적이다. 패션에서 패션, 화장품에서 화장품, 식품에서 식품... 본인이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 카테고리일수록 퍼포먼스가 더 잘 난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사랑, 그것은 참 웃긴 감정이다. 연인 / 가족 / 친구와의 사랑에서 우리는 참 많은 것들을 얻고 잃고 때로는 수많은 오해들 속에서 살아가기도 한다. 브랜드 마케터의 일도 똑같다. 브랜드를 사랑하면서 참 많은 오해와 대외적으로 보여야 하는 이미지들, 그리고 그 속에서 나 자신을 지키는 일은 정말 힘들다. 거기다 자신을 노출해야 하는 일이 많은 '마케터'일수록 사람들은 나 자신을 브랜드와 동일하게 보는 경우가 대게 많기 때문에 브랜드라는 가면을 쓴 채로 일을 해야 한다.

 거기다 패션 카테고리이지 않던가. 보이는 것이 중요한 패션 카테고리에서 무언가 하나라도 삐걱하면 대놓고 무시하는 경우도 받았었기에 그 속에서 더 '사랑받기' 위해, 더 열심히 '사랑하기' 위해 일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브랜드에 있으며 퍼포먼스 / PR / 컨텐츠 등 마케터로서 할 수 있는 건 다 경험해보면서 느낀 건, 이제는 나 자신을 지키면서 일을 해야겠다는 것 내가 가진 역량을 나 자신에게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었다.


 고백하건대 아직까지도 마케팅 일을 계속하면 할수록 어떤 마케팅이 나에게 맞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콘텐츠 기획을 하고 싶어 마케팅을 시작했지만 정작 내가 훈련된 분야는 퍼포먼스 마케팅 파트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PR 컨트롤을 무리 없이 진행했기에 나는 과연 어떤 스페셜리스트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이다.


 다행인 건지, 이 고민은 비단 나뿐만 아니라 지금의 연차, 지금의 마케터들이 가지고 있는 숙제가 아닐까 싶다.  정답은 없다. 기존의 선배 마케터들이 보냈던 시간들과 전혀 다른, 점점 더 마케터에게 많은 것들을 요구하는 시대가 될 것이고 톡톡 튀는, 트렌디한 사고를 바탕으로 기존의 있는 것에서 새롭게 디벨롭하는 마케터를 시대는 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그 모든 것들은 탄탄한 베이스를 갖춰야 이루어 질 것이며, 그 기초는 결국 나 자신에게 달렸다는 걸 나는 이 연차에 조금은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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