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이유와 각자의 사연

by 염군

■ TODAY'S FASHION

- 인스턴트펑크 데님 트렌치코트

- 머스터드컬러 유니클로 르메르 코튼티

- 로에일 슬랙스 베이지

- 오늘의 백은 메종키츠네 폭스에코백 (앗차차)

- 닥터마틴 3홀 워커




일주일이 지났다. 어느덧 나는 이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그동안 내일이 오는 게 두려웠고 불면증에 시달렸단 지난날의 나에서 이제는 하루하루를 살고 알람이 맞춰 깨는 내가 된 걸 보면 확실히 신체 리듬이 제자리를 찾은 듯한 느낌이 든다.



업무가 종료됐다.

나름 '중간만 가자.'를 목표로 일을 했는데 업무 성과를 보니 역시 태생은 어쩔 수가 없구나 싶다. 이 업무를 적응하는 건 어렵지 않았는데 몸은 전에 일했던 회사에서 겪었던 일종의 긴장감 때문인지 피곤감이 몰려왔다.
주말됐다고 이렇게 피곤하다니... 그래도 오늘 있는 계약직과의 회식은 참석하고 집에 가야지, 란 생각으로 방이동 먹자골목으로 향했다.



나 포함 계약직 8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동안 얼핏 얼핏 들었지만 다들 어떤 스토리들이 있는지 궁금했다.

각자의 사연들을 일일이 글에 녹일 순 없지만, 그들의 키워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사내 따돌림, 인간관계, 꼰대.

회사에서 겪은 수많은 부조리들을 견디고 견디다 결국 퇴사를 선택하고 이 곳에 온 동료들의 말을 들으니 왠지 모를 힐링이 된다.

다 똑같았다. 결은 달랐지 사연은 다 비슷했다. 이 속에서의 나는 대단한 사람도 무언가를 이룬 사람도 아니었고 폭언과 역차별을 당한 억울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하루를 살아가려고 노력했던 사람이었고 그 노력이 통하지 않는 곳을 갔을 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나는 좀 더 나를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화려한 포장지에 집착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고 좀 더 내공을 쌓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30살을 다시 제대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노력이 통하는 곳을 가야 한다는 생각은 늘 품고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나 자신도, 나의 커리어도, 나의 인간관계도 모두 잃은 채로 살아갈 것이다.


keyword
이전 03화E10938 현장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