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4 : 격세지감

by 염군


* Today's Fashion

- 무탠다드 블레이져와 무탠다드 슬랙스, 이너는 모크넥

- 슈즈는 닥터마틴 3홀

- 가방은 모노클 X 미스터포터 토트백





격세지감 :

그리 오래지 않은 동안에 아주 바뀌어서
딴 세대(世代)가 된 것 같은 느낌





"주문하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오랜만에 스타벅스에서 커피 주문을 해본다. 원래 같으면 1일 1 스벅이라 2021년 다이어리도 진작 받았어야 했는데 하반기 두 번째 스타벅스 프리퀀시라니.


면접이다. 신입 때는 '치타처럼' 어쩌고를 얘기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담백하게 "29살 마케터 지원자 염군입니다."라는 말부터 먼저 나간다.


담백이란 단어를 더 좋아하게 되다니. 면접 볼 때 의례 나를 꾸며주는 화려한 수식어구를 붙였었는데, 되려 그러지 않게 되었다. 오롯이 실력으로 판단받는 내가 되리라, 오롯이 내 경력보다 내 능력을 고려받으리라, 다짐 또 다짐하며 회사 면접장으로 향한다.





면접을 마무리 짓고 다시 회사로 복귀하는 길.


연달아 면접을 보고 나니 몸에 식은땀이 절로 난다. 회사 가면 햄버거나 먹고 일해야겠다, 생각을 한다.


"몸이 예전 같진 않는구나."


한때는 열정의 불꽃이 가슴속에 불타오르던 적이 있었다. 그땐 정말 뭐든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적당히'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열정도 '적당히'가 필요한 걸까.

인생이 가스버너와 같다면 예전에는 그 버너에 가스가 꽉 차있었던 것 같다. 마치 불만 붙으면 폭발할 정도로.


하지만 이제는 그게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라는 생각이 든다. 열정만으로 세상을 살기엔 이 세상은 냉정하고 고달프다. 열심히, 란 말 대신 '잘' 해야 하는 게 경력직의 필수 조건이라면 이젠 진짜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인생이 고달픈 것을 자책하지 않으리라. 묵묵히 내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되리라. 지치지 않은 사람이 되리라. 다짐과 다짐을 해본다.





이번 주는 "격세지감"이라는 사자성어가 머릿속에 떠나질 않는다. 한 달 사이 정말 많은 게 바뀌었다. 바뀐 환경만큼 바뀐 나의 태도와 삶을 대하는 자세들. 그것들은 앞으로 살아갈 내 인생의 또 다른 긍정을 가져다준다.


처음엔 지금 처한 모든 것들이 나쁘게만 느껴졌었다. 이게 맞는지에 대한 확신 또한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마냥 옳고 마냥 틀리지만은 않다는 걸 안다. 여전히 나란 사람은 유쾌함을 찾고 무엇인가를 갈망한다는 것을 나는 알지 않던가. 굳이 슬퍼할 필요도 그렇다고 힘들어할 필요 없이 그저 '나답게' 살면 된다는 걸 이제는 안다.


언젠가 지금을 추억하며 살 날을 기대하며, 오늘의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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