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1일 차

by 염군



* 이번 챕터부터는 재택근무가 진행되어 데일리룩은 따로 기입하지 않습니다. 아마 약속이 있는 날은 옷을 입겠지만 계속 파자마 차림으로 근무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왈. 왈왈. 왈왈. 왈왈"


8시 30분. 평소에 이 시간에 기상하면 "하, XX! X 됐다." 이러면서 일어났겠지만 나름의 여유를 부려도 되는 재택근무가 시작됐다. ABC주스를 갈아 마시고 세안을 하고,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일할 준비를 마친다.


마음의 여유가 넘친다. 긍정 회로에 긍정이 솟구친다. 딱 정해진 일만 하면 되니 평소 생산성에 이상이 없던 나로서는 평소대로 하기만 하면 되니 부담도 없다. 스트레스는 없고, 에너지는 넘친다.



돈까스를 튀기지 않아도 햄과 양파만으로도 훌륭한 돈부리가 완성된다.

점심식사 시간. 평소 같았으면 시켜둔 도시락을 먹겠지만 이제 내가 밥을 해 먹어야 한다. 미리 해둔 밥 위에 햄과 양파, 소스를 곁들인 햄 돈부리를 완성한다. 기존 맛보다 섬섬했지만 그럭저럭 훌륭한 점심식사였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동네 이디야에서 커피 한잔을 한 뒤 다시 돌아와 늘 심심할 때 틀어놓는 영국 시트콤 <미란다>를 본 뒤 다시 업무를 시작한다.


"최고네."


혼잣말을 내뱉는다.





딱히 달라진 것 없는 여의도의 밤인데 유독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뭘까?



업무를 종료하고 신촌을 갔다가 집으로 가는 길.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새어 나오는 김현철의 <왜 그래>, 서울의 야경, 그리고 버스 안의 풍경들. 지금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보인다.


"낭만", 삶의 낭만을 찾은 느낌이다. 비록 달라진 건 하나 없지만 행복이 있다면 어쩌면 이게 행복이지 않을까? 당장의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지금의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는 것. 그게 인생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걸 지금 나는 깨닫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럭저럭 사는 것, 성공보다는 현실에 충실하는 것, 욕심을 버리는 것. 그 3가지만 바뀌어도 행복에 다가갈 수 있다는 걸 왜 이제야 알게 된 걸까. 29살의 끝자락에서 이제껏 느끼지 못한 또 다른 깨달음을 깨닫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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