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드는 생각을 정리해본다.
패션 브랜드에 다니다 보면 생각지도 않은 노출에 신경 써야 하는 나날들이 많아진다. 나의 선배들이 그러했고, 특히 '마케팅'이란 직종을 뛰어든 이상 나 자신이 브랜드의 이름으로 노출해야 될 때가 오기 마련이다.
생각보다 유명한 브랜드의 마케터로 살아가면서 나 자신을 노출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 지난 세 달간 나는 무신사 메인에도 4일 이상 노출됐었고 내 이름으로 대형 기획사와의 프로모션 제휴를 협의해야 했으며 그 밖에 한 매거진의 마케터 인터뷰를 위한 화보 노출, 앞으로 예정인 촬영까지... 나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나날들이 앞으로 많아지게 될 듯하다.
대학생 시절부터 각가지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마케터들로 인해 노출되어야 할 일들이 많았기에 언젠가 마케터가 되면 의례 겪어야 될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해왔다. 그러기에 생각보다 일찍 나 자신이 브랜드와 동일시될 일들을 걱정하며 서둘러 나 자신을 가꾸기 (?) 위한 준비를 계속해서 하는 중이다.
문제는 내가 현시점의 위치에서 나 자신을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사실 지금은 좀 나아졌으나 옛날의 나는 상당히 직설적이지 못하고 남들에게 나쁜 소리를 잘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렇기에 내가 싫어했던 장난과 놀림을 그저 받아주고 나쁜 말이던 좋은 말이던 그냥 들어주고 가끔 굉장히 기분 나쁘고 도를 지나친 발언에도 아무 말하지 않고 넘어갔던 것이 더 많았다. 옛날엔 그저 좋은 사람으로, 적을 만들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싫든 좋든 안 보면 그만이라 생각했었기에 그렇게 사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그러한 생각이 가장 큰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
그렇다면 이게 왜 문제가 될까? 정답은 '피곤함'이었다. 조금은 화를 내도 되고 싫다고 이야기해버려도 되는데, 나는 그게 싫고 더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피곤하고 그 사람의 관계를 이어가는 것보다 단절하는 게 더 낫었기에 그냥 그러려니 지나가다 안 보게 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면 어느 순간 대화가 끊기고 인연의 끈은 유지한 채, 거리를 두게 되는 상태로 내버려두는 게 그 사람과 나의 관계를 지속하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상대방에게 나는 그저 좋은 사람으로만 보였기에 막대하고 함부로 대해도 다 받아주는 사람이 되어버린 게 문제였다.
얼마 전에는 군대 후임이었던 A가 대뜸 연락이 와서 한 지면에 나온 내 사진을 보여주더니 '단톡방에 올려 너를 능욕하고 싶었다.'라는 말을 했더랬다. 2년 만에 연락해서 한다는 소리가 고작 그런 소리라니... 그런 말을 들으니 막상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또한 2-3년을 알고 지낸 사람을 처음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대뜸 굉장히 실례되는 질문을 하길래 너무 기분이 나빠 '그거 되게 실례되는 질문인 거 아시죠?'라는 말을 하고 그 날 하루를 굉장히 언짢은 상태로 보낸 적도 있었더랬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게 능사가 아니었다는 생각을 요새 들어한다. 그냥 안 좋게 보여도 그만 일 텐데 이런 일들이 잦아지면서 어차피 좋게 보이나 안 좋게 보이나 나한테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 굳이 예의를 지킬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적당한 표현은 결국 '나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걸 이제는 알게 되었다.
좋은 사람으로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고 그 개개인의 인연에 목숨 거는 것도 이제는 피곤하다. 그저 매 순간 다가오는 인연들에 최선을 다하고 아닌 인연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게 오히려 이도 저도 아닌 관계를 감히 '인맥'이라 칭하는 사람들을 정리하는데 최고의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나를 지키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자,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방법이라는 것을 근 세 달간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 나는 조금은 더 솔직해져보려고 한다. 아닌 건 아니라고, 사과하라고 말하고 도를 지나친 언행을 그저 듣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어려울 거겠지만 그렇게 나는 나 자신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