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vve 에 007 시리즈가 있었네?"
왓차에는 007이 없어서 답답하던 찰나였는데 그동안 보고 싶었던 007 시리즈가 여기 다 있었다니, 전등 밑이 어둡다는 말이 이렇게 딱 맞을 수가 없다.
확실히 007은 롱런했던 프랜차이즈 시리즈인 만큼 그 당시 시대상을 절충한 영화가 많이 나오는데 늘 그렇듯 여성의 성상품화와 관련해 상당히 인상이 찌푸려질 만한 내용과 구성이 많다. 특히 오늘 보았던 007의 <두 번 산다>는 동양인뿐만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전 세계 여성이 보기에도 상당히 놀랄만한 대사와 내용이 담겨 있다.
사실 숀 코넬리가 주연으로 나온 007은 처음 보았다. 그동안 로저 무어와 피어스 브로스넌,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을 보면서 초대 숀 코넬리가 호평을 받는 이유를 한 번도 이해하지 못했는데 (사실 90년대 생의 첫 007은 피어스 프로스넌이 아닐까 싶다만) 이번 영화를 보며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중후하면서도 지적이고 섹시한 007 제임스 본드를 표현하기에 그만한 배우가 없었다. 007이 이러니 1960년대 영화여도 굉장히 몰입감 있는 영화가 완성된 느낌이랄까?
의례 007 시리즈가 그렇듯, (특히 옛날 시리즈는 더 하지만) 소련과 미국의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브로펠드의 음모 속에 일본에 그 기지가 있음을 깨달은 제임스 본드가 일본에서 겪는 첩보 이야기를 다룬다.
1960년대 일본이 이렇게도 화려했던가. 물론 그전에 <장미의 행렬> 등에서 일본의 화려한 과거를 보았다지만 이 영화는 그야말로 일본 문화를 제대로 '홍보'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일본 도쿄의 시내와 어촌 풍경, 일본 히메지 성의 모습, 그리고 일본 닌자까지. 어벤저스에 한국의 모습을 담아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일본의 구석구석을 하나부터 열까지 잘 녹여냈다. 그런 점에선 북한의 모습을 담아냈다 자부하는 (?) 007 어나더데이와는 상당히 다른 영화가 탄생했다. 자본력과 국가가 만나면 이런 독특한 영화가 태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물론 이 영화는 그 당시 서구사회에 만연해 있었던 와패니즘과 오리엔탈리즘의 환상, '일본' 여성에 대한 판타지를 그야말로 다 녹여내 현재는 큰 비판을 받고 있다. 보는 내내 헛웃음과 어이 또한 없었다. 특히 그 '남자가 1순위, 여자가 2순위' 대사로 유명한 온천 신은 저래도 되는 건가 싶은 정도로 상당히 시대적인 부분이 많이 들어갔다고 생각이 든다. (불과 1960년대 일본 영화는 남자와 여자의 대립각, 여성이 주체가 된 영화 또한 많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 나오는 동양인 최초 본드걸 '아키'만큼 007과 어울린 본드걸이 또 있었을까 싶다. 서구적이면서도 동양적인 마스크와 패션, 그리고 007을 직접적으로 보조하는 그녀를 요즘 시대에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지 약간의 아쉬움마저 남았다. 희대의 본드걸 중 늘 회자되는 본드걸이라는데 동감하면서도 그동안 내 인생 Top 5 안에 들었던 본드걸 웨이 린 (양자경)의 자리를 흔들 만큼 매력적이었던 본드걸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