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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군 Jan 02. 2021

2020년 1월 2일의 일상


"Wavve 에 007 시리즈가 있었네?"


 왓차에는 007이 없어서 답답하던 찰나였는데 그동안 보고 싶었던 007 시리즈가 여기 다 있었다니, 전등 밑이 어둡다는 말이 이렇게 딱 맞을 수가 없다.


 확실히 007은 롱런했던 프랜차이즈 시리즈인 만큼 그 당시 시대상을 절충한 영화가 많이 나오는데 늘 그렇듯 여성의 성상품화와 관련해 상당히 인상이 찌푸려질 만한 내용과 구성이 많다. 특히 오늘 보았던 007의 <두 번 산다>는 동양인뿐만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전 세계 여성이 보기에도 상당히 놀랄만한 대사와 내용이 담겨 있다.




007 두 번 산다 (1967)




 사실 숀 코넬리가 주연으로 나온 007은 처음 보았다. 그동안 로저 무어와 피어스 브로스넌,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을 보면서 초대 숀 코넬리가 호평을 받는 이유를 한 번도 이해하지 못했는데 (사실 90년대 생의 첫 007은 피어스 프로스넌이 아닐까 싶다만) 이번 영화를 보며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중후하면서도 지적이고 섹시한 007 제임스 본드를 표현하기에 그만한 배우가 없었다. 007이 이러니 1960년대 영화여도 굉장히 몰입감 있는 영화가 완성된 느낌이랄까?





 의례 007 시리즈가 그렇듯, (특히 옛날 시리즈는 더 하지만) 소련과 미국의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브로펠드의 음모 속에 일본에 그 기지가 있음을 깨달은 제임스 본드가 일본에서 겪는 첩보 이야기를 다룬다.

 1960년대 일본이 이렇게도 화려했던가. 물론 그전에 <장미의 행렬> 등에서 일본의 화려한 과거를 보았다지만  영화는 그야말로 일본 문화를 제대로 '홍보' 영화가 아닐까 싶다. 일본 도쿄의 시내와 어촌 풍경, 일본 히메지 성의 모습, 그리고 일본 닌자까지. 어벤저스에 한국의 모습을 담아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일본의 구석구석을 하나부터 열까지 잘 녹여냈다. 그런 점에선 북한의 모습을 담아냈다 자부하는 (?) 007 어나더데이와는 상당히 다른 영화가 탄생했다. 자본력과 국가가 만나면 이런 독특한 영화가 태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물론 이 영화는 그 당시 서구사회에 만연해 있었던 와패니즘과 오리엔탈리즘의 환상, '일본' 여성에 대한 판타지를 그야말로 다 녹여내 현재는 큰 비판을 받고 있다. 보는 내내 헛웃음과 어이 또한 없었다. 특히 그 '남자가 1순위, 여자가 2순위' 대사로 유명한 온천 신은 저래도 되는 건가 싶은 정도로 상당히 시대적인 부분이 많이 들어갔다고 생각이 든다. (불과 1960년대 일본 영화는 남자와 여자의 대립각, 여성이 주체가 된 영화 또한 많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 나오는 동양인 최초 본드걸 '아키'만큼 007과 어울린 본드걸이 또 있었을까 싶다. 서구적이면서도 동양적인 마스크와 패션, 그리고 007을 직접적으로 보조하는 그녀를 요즘 시대에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지 약간의 아쉬움마저 남았다. 희대의 본드걸 중 늘 회자되는 본드걸이라는데 동감하면서도 그동안 내 인생 Top 5 안에 들었던 본드걸 웨이 린 (양자경)의 자리를 흔들 만큼 매력적이었던 본드걸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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